지난 10일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황금티켓’ 2장을 HDC신라와 한화(000880)가 거머쥐면서 대기업들의 사활을 건 면세점 전쟁은 일단락됐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올 가을 더 큰 판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서울과 부산 4개 특허만료 사업권의 새로운 주인을 가린다.
이미 특허신청 공고도 났다. 관세청은 4곳의 특허기간이 비슷한 시기에 만료됨에 따라 사업자 선정 절차를 통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특허신청은 오는 9월25일까지로 관세청은 11월 중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사업자를 선정한다.
기존 해당지역에서 면세점을 운영해온 SK네트웍스(001740), 롯데, 신세계(004170) 등은 이번 신규 입찰에서 탈락한 충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사업권 사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롯데 소공점은 연매출이 2조원에 달하는 알짜배기 중의 알짜배기 점포다. 롯데백화점 본점 단 3개층을 쓰면서도 백화점 전체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는 이러한 이유로 신규 특허 획득보다 방어전 준비에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다.
현대백화점(069960) 등 그 밖의 탈락 업체들에는 패자부활전 즉, 재도전의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 이번 입찰전에서 승리한 호텔신라(008770)와 한화가 다시 경쟁에 뛰어들어 영토 확장을 꾀할지도 관심사다.
사업권의 수는 늘었지만 신규 면세점 특허 획득 당시보다 경쟁은 치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10년 마다 자동 갱신되던 면세점 특허가 5년 만에 경쟁 입찰로 바뀌었지만 사업의 연계성과 고용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기존 사업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초 치러진 제주시내 면세점을 비롯해 관세법이 개정된 이후 특허권이 만료돼 경쟁 입찰에 부쳐진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운영사가 바뀐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경쟁 입찰’로 방식 자체가 바뀐 만큼 변수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면세점을 둘러싼 쟁탈전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내년 3월까지 면세점 설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올초 정부가 시내 면세점 추가 허가 계획을 발표했을 때 전년도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30만 명 이상 증가해야한다는 허가 기준에 소폭 미달해 최종적으로 추가 개설 지역에서 배제됐던 부산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면세점이 추가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 위축으로 기존 유통채널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인 면세사업의 기회가 늘어난다는 건 분명 반길만한 일이지만 이와 더불어 국가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라면서 “올해는 특히 기업들이 너무 많은 인력과 시간을 입찰준비에 빼앗겼다. 지금보다 효율적인 평가 방법을 개발해 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