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니버터칩 ‘끼워팔고·빼돌리고·속여 팔고’
얼마 전 서울에 있는 교육업체 A사는 마케팅 행사 고객 경품으로 허니버터칩을 제공하기로 하고 해태제과 영업소(동네 슈퍼마켓 등에 상품을 공급하는 도매상)에 허니버터칩 구매가 가능한 지 문의했다. 해당 영업소에서는 비인기 과자 두 종을, 구매하려는 허니버터칩과 동일한 수량만큼 추가로 구매하면 판매하겠다고 했다. A사 창고에는 허니버터칩을 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함께 사들인 과자들이 처치 곤란인 상태로 쌓여 있다.
홈플러스에서는 점포 직원들이 입고된 허니버터칩을 고객들에 앞서 선구매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소비자고발센터에 홈플러스 직원들이 매장에 진열조차 하지 않고 박스채 허니버터칩을 선구매하고 있다는 불만이 접수된 것이다. 센터 측은 해당 점포에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중고장터에서 한 판매자가 허니버터칩을 판다고 속여 120여명에게서 1300여만원을 송금받은 뒤 잠적해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다른 중고장터에서는 허니버터칩을 개별 포장해 한 개당 300원에 팔겠다는 장난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니버터칩을 상대적으로 덜 팔리는 스낵이나 비싼 초콜릿 등을 함께 묶어 파는 이른바 ‘인질마케팅’도 성행한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낳은 해프닝들이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1500원(60g·편의점 가격)인 허니버터칩 한 봉지가 5000원 선에서 거래된다. 3배가 넘는 폭리다. 그런데도 판매글을 올리기 무섭게 팔려나갈 뿐 아니라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태제과 영업사원들이 빼돌린 허니버터칩을 인터넷 중고매장을 통해 고가에 파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울 강동구 한 소매점 주인은 “우리 가게에는 한 번도 허니버터칩이 입고된 적이 없다. 가게 주인인 나도 아직까지 맛을 못 봤다”며 “영업소에 요청을 해도 ‘죄송하지만 물건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전했다.
◇ 해태제과 집안 단속… ‘선물·마케팅용’ 사용 금지
품귀 현상으로 인해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자 해태제과는 잡음 차단을 위해 집안 단속에 나섰다. 해태제과는 이달 초 전국 영업소에 대표이사 명의로 공문을 보내 영업소에서 담당하는 소매점 외 업체나 개인에게 판매하거나 영업소 직원들이 ‘사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선구매하는 사례가 적발될 경우 엄중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지인이나 거래처 선물용으로 선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소매점 영업용으로만 판매하도록 제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영업소 직원은 “예전에는 기존 거래처가 아니더라도 눈치껏 융통성 있게 팔 수 있었는데 허니버터칩 품귀 현상 때문에 시끄러운 일이 많아지면서 현재는 본사 차원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허니버터칩 열풍은 주로 고가품을 대상으로 나타나는 ‘과시성 소비’의 또다른 형태라는 분석도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허니버터칩은 제품의 본질(새로운 맛) 외에도 공급 부족으로 인한 희소성이 주요 성공 요인”이라며 “소비자들이 모두가 원할 만한 것들을 타인보다 먼저 소유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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