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 엔진오일 루브로스를 수입하는 루브로스코리아 강형주 대표(33세)는 올가을 결혼했다. 상대는 고객사 사장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웹디자이너 장은경씨. 9개월 동안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식 다음날은 남들 하듯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신혼여행에 나서는 이들 앞에는 화려한 장식의 웨딩카가 없었다. 게다가 여권도, 비행기 티켓도 챙기지 않았다, 작은 캐리어 가방 두 개가 전부였다.
이들은 외국으로 떠나는 흔한 신혼여행 대신 이색적인 전국 일주를 택했다. 회사에서 영업용으로 쓰는 경차 기아 모닝을 끌고 일주일 동안 팔도를 유람키로 했다.
실속있는 결혼 문화를 만들자는 얘기는 많이들 한다. 그런데 실천은 어렵다. 여러 사람이 얽히기 때문이다.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업체의 ‘상술’은 위력적이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잔 것도 있었지만 남들 하는 거 똑같이 할 필요를 못 느꼈어요. 사랑하는 아내만 있다면 장소가 뭐 중요하겠어요.” 외국 여행 경험은 별로 없지만 업무 때문에 일본에 자주 오갔다. 외국 휴양지라고 별다를 것 없었다.
일주일 동안 좋은 곳에서 자고 넉넉히 썼지만 들어간 비용은 200만원 정도였다. 1500㎞를 다녔지만 주유비는 13만원 수준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경차 모닝 LPG 모델을 타고 전국 고객사에 제품을 배달한다. 대표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만 2년차 작은 회사다.
드리프트 레이싱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제네시스 쿠페 차량도 있지만 장거리 주행 연비를 고려해 경차를 택했다. 엔진오일 수입사 대표인 만큼 장거리 출발 전 자사 브랜드의 오일로 교체한 것은 물론이다. 그는 “좋은 오일 덕분에 연비를 더 아끼지 않았을까요”라며 웃었다.
사실 ‘고연비 결혼식’을 한 데는 실속파 부인 장씨의 역할도 컸다. 그녀의 동의가 있었기에 스튜디오 기념 촬영이나 예물·예단 같은 허례허식도 없앴다. 장씨는 “그 대신 신혼여행 때 숙소나 식사는 넉넉하게 잡았어요”라며 웃었다.
| 남해 앞바다에서 찍은 강형주 루브로스코리아 대표의 기아 모닝. 강 대표는 올 가을 이 업무용 차로 전국 1500㎞를 일주하는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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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주 루브로스코리아 대표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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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앞바다의 한 펜션. 계획없이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절경을 발견할 때라는 게 강 대표 부부의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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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대표 부부의 카메라. 이 부부는 틀에 박힌 결혼 기념촬영 대신 여행지에서의 찍는 둘만의 ‘셀카’를 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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