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래빛·쪽빛바다, 몰디브 부럽지 않은 제주의 바다로 ‘혼저옵서예’

강경록 기자I 2014.06.14 06:05:05
협재해변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때이른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의 어느날. 우뭇가사리를 채집하는 잠녀(해녀)를 취재하러 간 제주에서 잠깐 여유를 내 함덕 해수욕장에 들렀다. 무더위를 잊을 시원한 해변도 보고 싶었거니와, 낡은 기억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2년 5월. 대학 졸업을 앞둔 친구들과 떠난 젊은 날의 여행. 그 여행의 여운이 아마도 짙었나보다. 당시의 감회와 치기는 그대로인데 시간은 어느덧 10여년이 훌쩍 지났다. 그 추억이 담긴 아카이브를 꺼내어 기억을 습작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제주공항에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1130번 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이호해수욕장에서 화순, 중문, 신양 등을 거쳐 김녕, 함덕을 지나 제주의 삼양해수욕장을 만날때 까지 무수히 많은 해변이 넘쳐났다. 옥빛·코발트빛이 층을 이룬 투명한 물빛이며 완만하기 그지없는 모래밭은 육지의 해변과는 조금 달랐다. 해변마다 떼지어 깔려 물빛·모래빛을 돋워주는 특유의 검은 현무암 무리도 다른 곳과 다른 점이다. 이 색다르고 남다른 해변들을 특징별로 나눠 일부를 둘러봤다. 저마다 장점이 있는 곳이니 취향대로 골라 즐기시길. 6월21일부터 제주시 이호테우해변(이호해수욕장) 등을 시작으로 6월 말까지 제주도내 해수욕장 12여곳이 차례로 문을 연다.

협재해변 갯바위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물 좋은 제주도의 4대 해변

제주도의 4대 해변이 함덕·이호·협재·중문 해변이 꼽힌다. 대개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에 충분한 편의시설을 갖춘데다 다양한 해양레저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여건도 한몫한다. 이호테우해변은 규모는 작지만 제주시내에서 가깝고, 공항에서도 가까워 여름이면 밤낮으로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인파가 몰리는 만큼 해양레저 등 즐길거리와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중문색달해변은 신라·롯데·하얏트 등 특급호텔들이 몰린 중문관광단지 앞에 있다. 편의시설과 관리 등 여러 면에서 제주도의 대표적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중문해변은 웅장한 해안절벽을 낀데다 편의시설과 서핑·보트 등 해양레저시설이 다양해 호텔 투숙객들이 주로 몰린다. 그러나 경사가 심해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즐기기엔 적합하지 않다.

특정 해변이 붐비는 이유를, 대도시로 사람이 몰리듯 젊은층이 인파로 붐비는 해변을 선호하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협재나 함덕은 완만하고 넓은데다 해안 주변 경치도 아름다워, 젊은 남녀가 많이 찾는 이른바 ‘물 좋은’ 해변으로 꼽힌다.

곽지해변에서 모래성을 쌓고 있는 어린 외국관광객. 곽지해변은 제주시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왼쪽에 협재해수욕장이, 오른쪽에 이호해수욕장이 있다. 해안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파도도 그리 높지 않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수심 걱정 없는 해변

하귀-애월 해안도로를 지나 한담해변에서 조금 더 한림방향으로 가다보면 곽지해수욕장이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관심을 가질만 하다. 협재해변과 그 옆에 이어진 금릉해변(금능해변)도 널찍한 모래밭과 완만한 경사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앞바다에 비양도가 손에 잡힐 듯 떠 있어 바다 경치도 아름답다. 성산 섭지코지의 신양섭지코지해변도 경사가 완만한 곳. 섭지코지 해안이 자연방파제 구실을 해, 파도가 잔잔한 게 특징이다.

제주에서 가장 모래밭이 넓고 완만한 해수욕장은 표선해비치해변이다. 썰물 때면 큰마음 먹고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비로소 바닷물을 만나는데, 바닷물에 발 담그고 또 한참을 걸어 들어가 봤자 물은 무릎 부근에서 찰랑이는 해변. 모래밭 너비가 200m를 넘는다는, 지독하게 완만한 해변이다. 밀물 땐 수심 1m의 넓고 둥근 호수가 만들어진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몇년 전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이 해변은, 곁에 고급 숙박시설인 해비치 호텔&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가족 단위 피서객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했다. 대표적인 인디밴드들이 나서는 ‘야해’ 페스티벌도 해변에서 열린다. 해비치리조트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여행객들이 협재해변 입구에 놓인 조각상 뒤로 보이는 비양도를 바라보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협재혀변은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물빛이 다르다, 연녹색 투명한 물빛 아름다운 해변

제주도 해변 중 가장 물빛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곳이 김녕성세기해변이다. 완만하고 흰 모래밭 위로 찰랑대는 물빛이 연초록빛 또는 연한 하늘빛을 띤다. 맑은 날이면, 얕은 수심의 널찍한 초록빛 해안과 좀더 먼 짙푸른 바다 색깔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물빛을 선사한다. 이 투명한 물빛이 주변 검은 바위 무리와 대조를 이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김녕해변 버금가는 물빛을 자랑하는 해변이,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는 함덕서우봉해변이다. 조개껍질이 부서져 이뤄진 흰 해변과 연초록 바다 빛깔이 눈부신 대조를 이룬다. 우도의 홍조단괴해변과 한림의 곽지해변도 물빛이 좋다. 곽지해변은 규모(길이 350m)가 크지는 않지만, 해안 곳곳에서 차가운 용천수(산물)가 솟아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힐 수 있다.

함덕해수욕장은 특이하게도 백사장 한가운데가 튀어 나와 마치 하트의 형상을 띄고 있기 때문에 동서의 어느 쪽에서 바람이 불어도 반대쪽 바다는 잔잔하기 때문에 항시 카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국내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모래도 다르다 검은모래·홍조단괴·가시모래·몽돌밭 해변

제주시 동쪽 삼양 검은모래 해변은 해수욕객보다 모래찜질객이 몰리는 해변이다. 철분을 함유해 모래가 검은빛을 띠는데, 이 모래로 찜질을 하면 신경통·관절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서귀포 효돈천 하구의 쇠소깍 옆 해변에도 검은모래가 깔려 있다. 검은모래 찜질을 즐기며 쇠소깍에서 제주의 전통 배인 테우 타기, 투명한 카약 타기를 즐길 수 있다. 이호해변도 모래가 거무스름한 빛을 띤다. 서귀포시 한경면 고산리의 수월봉 검은모래해변도 흥미롭다. 수월봉에서는 접근할 수 없고 노을해안로 따라 남쪽으로 한참 내려와야 접근하는 길이 있다. 전체 해변 길이는 300m쯤된다.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 수월봉 퇴적암 절벽이 절경이다.

우도의 홍조단괴해변은 과거 산호모래 해변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홍조류의 칼슘 성분이 침전돼 만들어진 홍조단괴가 깔린 해변(천연기념물)으로 밝혀졌다. 입자가 매우 굵고 거칠어 슬리퍼나 샌들을 신어야 한다. 규모가 작고 경사가 급해, 가족 단위 피서객이라면 우도 동북쪽에 자리잡은 완만한 하고수동해변을 찾는 게 좋다. 표선해비치해변의 모래는 잘지만 각이 져 주민들이 ‘가시모래’라 부른다. 디디면 발바닥이 다소 따가운 느낌인데, 오히려 이 느낌을 즐기러 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부드러운 몽돌들이 깔린 곳이다. 알은 아래, 작지는 자갈밭을 뜻한다. 전체 해변 길이는 500m쯤 되지만, 중간에 깔린 현무암 무리가 해변을 갈라놓는다. 규모가 작고 경사가 있어 실제 해수욕을 하는 이들은 적다. 물살이 자갈돌을 핥고 내려가는 소리가 싱그럽고 청아하다.

◇여행메모

△제주 해변로드= 제주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공항에 도착하면 차량을 렌트할 수 있는 매장들이 즐비하다. 물론, 미리 예약하고 온다면 수고를 덜 수 있다. 공항에서 나온다면 1130번 국도를 타고 시계방향이든 시계반대방향이든 핸들을 돌리기만 하면된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가까운 해변부터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협재해변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함덕서우봉해변의 현무암 위에 가로 놓여진 하치형 구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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