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돈]⑤청목회 사건 그후‥불법은 사라졌지만

이도형 기자I 2014.02.14 07:04:00
[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2004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당시 16대 국회의원)은 깨끗한 정치문화 풍토를 기치로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했다. 일명 ‘오세훈법’으로 불린 정치자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법인과 기업의 후원을 전면 금지하고 각 의원 별 후원금액을 1억 5000만원(전국 선거가 있는 연도에는 3억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이 법안은 기업의 공공연한 로비자금을 상당히 줄이는 등 정치문화 개선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법안의 틈새를 이용한 ‘풍선효과’도 곧바로 생겨났다. 소액 익명 후원을 허용한 법 조항을 이용, 직원이나 직원 가족들의 명의로 나눠서 소액 후원 로비를 하는 식이었다. 이른바 ‘쪼개기 후원’인 셈이다.

◇임원들 사비 걷어 후원금 내기도

이는 또다시 한차례 후유증을 낳았다. 2010년 10월 정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청목회 사건’이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회원들이 소관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현 안전행정위) 소속 의원들에게 여러 명이 각각 10만원단위의 소액을 쪼개 후원금을 낸 것이 적발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이를 불법으로 판단했다. 청목회 회원들이 상임위 의원들을 상대로 입법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본 것이다.

청목회 사건은 이후 정치 후원풍토를 또 한 번 달라지게 했다. 모 의원실 국회 보좌관은 “국회의원 후원 풍토는 청목회 사건 전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면 위’ 후원이 줄어든 대신 또 다른 형태의 다양한 후원방법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는 편법과 합법 사이를 교묘하게 지나간다.

정무위를 소관상임위로 둔 한 공기업은 임원들이 자신의 사비를 거둬 소관 상임위 의원들에게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익단체는 해당 의원들의 후원회 계좌번호를 회원들에게 직접 알려줘 후원하게끔 유도한다.

의원실도 적극 나선다. 한 중진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내에 1000명의 후원조직을 만들어 소액 후원금을 지속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연말이면 10만원 이하의 소액 후원금이 연말정산에서 모두 공제되는 사실도 적극 홍보한다. 일부 의원들은 보좌관의 친·인척과 지인들을 동원해 소액 후원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러한 경우는 비교적 후원기반이 탄탄한 지역구 국회의원들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이에서 더 발생한다는 후문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정무위 후원금 1위‥의원간 ‘품앗이’도

변화하는 풍토 속에서도 의원 간 빈익빈 부익부는 여전히 존재한다. 여당의원이나 유명 중진 의원 위주로 후원금이 몰리는 상황은 제도의 변화와 관계없이 그대로 이어지는 전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집권여당의원들이 평균적으로 야당 의원보다 많은 후원금을 모금한다. 실제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12년도 국회의원 별 후원 모금 내역에서 새누리당은 평균 1억6300만원으로 민주당(1억4500만원), 정의당(1억100만원), 통합진보당(7000만원)과 1800만~9300만원의 격차를 보였다. 후원금 상위 100명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59명으로 민주당 의원 38명을 압도했지만 하위 100명의 의원 중에서는 새누리당(40명)이 민주당(47명)보다 적었다.

그렇다고 모든 야당 의원들의 후원금이 밑도는 것은 아니다. 유명 중진 의원들의 경우는 후원금이 금세 찬다. 2012년도 후원 모금 1위(박지원), 2위(유성엽), 3위(김동철)는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도 유명세나 지역기반 등의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후원금 한도롤 채운 의원들이 친분이 있는 다른 의원들에게 후원하는 ‘품앗이’도 종종 있다.

상임위별로도 희비가 엇갈린다. 19대국회 들어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기업들 사이에서 ‘쎈’ 상임위로 정평이 난 정무위원회의 경우 소속의원 24명이 평균 1억85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모든 법안의 최종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1억7200만원), ‘알짜 상임위’로 평가받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도 1억7000만원 가량의 평균 후원금액을 기록해 타 상임위의 부러움을 샀다.

최근에는 유명세를 겪은 의원에게 후원이 몰린 경우도 생겨나 눈길을 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야당 의원은 발언 이후 곳곳에서 후원금이 답지했고, 또 다른 의원도 2000여만원의 후원금이 일시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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