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며칠 전 한 개인투자자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차분한 음성의 중년 여성이었다.
"오늘 아침 코스피지수가 단기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내용의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사를 읽고 당장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야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북한 리스크가 계속 걸리네요. 그래도 바닥인데 매수를 해야겠죠?"
이 투자자가 언급한 기사는 한 증권사의 데일리 시황을 요약한 대여섯 문장의 짧은 기사로, 기술적 지표상 단기 바닥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데 뭔지 모를 먹먹함이 느껴졌다. 간단한 시황 보고서와 이를 옮겨 적은 기사가 일부 투자자들에게 투자바이블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믿음과 맞물려 최근 한 애널리스트와의 통화 내용이 머리를 스쳤다.
최근 A라는 기업이 대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다고 깜짝 공시하면서 개인투자자는 물론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들을 패닉상태에 빠지게 한 일이 있었다.
이 건으로 통화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며칠 전 이 기업을 탐방했는데 당시 이번 결정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배신감 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로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여기저기 사과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A기업이 BW 발행 관련 공시를 하기 직전 상당히 우호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화 내용상 기관 투자자에게도 긍정적 검토를 추천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시 내용을 미리 체크하지 못해 기관투자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만약 이 애널리스트가 사전에 정보를 입수, 기관투자자에게 미리 전달했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이유도 모른체 더 큰 피해를 봤을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이 같은 사례는 애널리스트들이 사전에 취득한 기업 정보를 암암리에 기관투자가에게 먼저 전달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구조인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예전보다 많이 스마트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증권사 보고서 및 기사 내용을 맹신하는 경우를 심심지 않게 보게 된다. 물론 유용한 정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중에게 공개되는 정보와 기관투자가에게 제공되는 정보간에 차이가 있다거나, 같은 정보라 하더라도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참고는 하되 맹신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귀 얇은 개미보다 공부하는 개미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