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9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저도 전세 사는데 계약기간이 끝나 갑니다. 집 주인이 나가라 할지 어쩔지 모르지만 어쨌든 전세금을 좀 올릴 것 같아 걱정입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페이스북 친구(페친)’와의 대담에서 물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책임지는 그 역시도 전셋값을 걱정하고 있다는 말에 페친들의 마음은 움직였다. “와, 장관님도 전세 사시네요. 서민의 고통을 아시겠네요”라며 댓글이 쏟아졌다.
전세 발언은 박 장관의 평소 겸손한 이미지와 더해져 빛을 발했다. 그의 공무용 차량은 현대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 복합이다. 청와대 수석 시절부터 탄 이 차를 지금도 쓰고 있다. 부처 차관은 럭셔리 대형세단, 1급 공무원 역시 그랜저나 쏘나타 같은 준대형급 승용차를 관용차로 사용하는 과천청사에서 그의 아반떼는 신선 그 자체다.
문득 궁금해졌다. 공직생활을 시작하기 전엔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였고 그 후 한나라당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을 지낸 그가 정말 집이 없을까.
지난 해 3월 기준 공직자재산등록 현황에 따르면 박 장관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42평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현재가액은 8억4800만원. 그는 현재 이 집을 3억8000만원에 전세 주고 분당구 운중동에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로 살고 있으니 전셋값이 걱정이란 그의 말은 틀리진 않다. 그런데 이 전셋집은 경기도 판교의 신흥부촌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면적도 254.24m²로 평수로 76평쯤 된다. 전세가액은 6억 3000만 원이다.
박 장관의 부동산 재산은 8억4800만원짜리 아파트. 이를 전세 줘 3억8000만원 채무를 지고 있다. 6억3000만원의 전세를 살면서 전세대출 2억원을 받았으니 손익계산서는 8억9800만원이다. 물론 박 장관은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성실하게 공직에 임해왔으니 재산논쟁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과정을 통한 부의 축적을 비정상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 장관이 자기 집을 전세주고 6억짜리 전세를 다시 살면서 ‘저 역시 여러분과 같이 전세금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어쩐지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박 장관은 지난해 11월 ‘고용대박’이란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전세 발언 역시 서민들에게 ‘제2의 고용대박’으로 비치지 않을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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