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16일자 03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이랜드의 자금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년 동안 인수한 기업만 14개. 최근엔 미국 프로야구 명문구단 `LA다저스` 인수전까지 뛰어들면서 인수금액을 어떻게 마련할지 이랜드의 전략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LA다저스의 가격은 최대 1조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10% 지분만 갖는다고 해도 1600억원이 든다.
게다가 최근 사이판 리조트 인수나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코치넬리 인수만으로 투자한 금액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금의 비밀, 중국에 답있다"= 이랜드의 해답은 중국에 있다. 15일 이랜드에 따르면 올 1월 중국 매출만 2700억원(잠정치)으로 전년도 1900억원보다 70% 넘게 성장했다. 중국쪽 영업이익률은 평균 20%가 넘는다. 단순 계산하면 최근 500억원 안팎에 인수한 이탈리아 패션업체 `코치넬리`같은 규모는 중국장사 한달 정도면 살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랜드는 2000년 이후 지난 10년 간 40% 이상 매출 성장률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 올해 `매장수` 뿐만 아니라 `매출`까지 국내규모를 역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국내 패션 매출과 중국 패션 매출은 각각 1조 7000억원과 1조 6000억원으로 아직까지는 국내 매출이 높았다.
하지만 중국 사업부는 올해에도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고 성장세를 지속해 2조 1000억의 매출을 달성, 올해 국내 패션 매출 목표액인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로드샵 매장없이 100%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에 직영 매장으로 입점하면서도 매장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5000개에 달한다. 4200여 개인 국내 매장수를 이미 작년 추월한 것.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여성복시장에서 이랜드의 패션 매출 순위는 2007년 4위에서 2008년과 2009년에는 2위를 기록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패션기업 중에서 이랜드는 가장 많은 27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업체 중 가장 많은 직영 매장을 가지고 있다.
또 이랜드는 지난 2010년 글로벌 500대기업 중 93개의 본사가 있는 상하이 민항취에서 납세액 10억위안(1800억원)을 내면서 코카콜라에 이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단계별 시나리오 있다"= 이랜드는 "아직도 성장 초기단계라고 볼 수 있는 이러한 중국 시장을 무기로 그룹 전체의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내달에는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판다본드)을 발행한다. 이랜드그룹 상하이 법인인 이녠(衣念)패션무역유한공사는 채권 발행 규모는 5억위안(약 900억원). 신용등급 AA로 평가받아 3년 만기로 조달금리는 연 6.7%(원화 환산 기준) 안팎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중국내 은행권 대출금리보다 1%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또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지분을 경우에 따라 프리IPO(상장 전 기업공개)등을 통해 매각하면 2조~3조원대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다. 박성수 회장 및 대주주 관련 그룹 지분이 99%에 가깝기 때문에 전략적 투자자에게 일부 지분을 넘기면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것.
일각에서는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마련 시나리오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2001아울렛을 상장하려 했다 실패한 경험 때문에 박 회장이 성급한 기업공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자금이 부족할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 `중국법인 상장`이란 카드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성장 발판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그룹이 자금 위기에 몰렸던 2008년 중국 법인 3개 가운데 여성복 부분인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의 홍콩증시 상장을 깊숙히 검토했었다. 당시 매출 6172억원, 영업이익 2367억원을 달성했던 이 회사의 예상 공모가가 2조원을 조금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랜드는 예상보다 낮은 가격이라며 이랜드리테일(옛 까르푸)매각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현재 홍콩증시 상장을 시도한다면 공모가가 3조원은 거뜬히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M&A 왜 아직도 목마른가= 이랜드 관계자는 "인도와 베트남도 2020년까지 각각 매출을 1조원 이상 달성한다는 목표”라며 “중국을 꼭지점으로 삼아 베트남과 인도를 잇는 패션 트라이앵글을 구축해 2020년 세계 10위의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채우기 위한 컨텐츠 확보를 위해서 갈길이 바쁘다는 얘기다. 올해는 중국에서 신규 브랜드 론칭에 집중해 기존 캐주얼(여성, 남성, 아동,내의) 뿐 아니라 고급 여성복, 구두, 잡화, 남성복, 스포츠패션을 추가해서 토털 패션 브랜드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브랜드 M&A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 시장 지배력도 더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중국 주요 지역 총판권을 확보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중국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10년부터 M&A를 통해 확보한 피터스콧, 라리오, 만다리나덕 등 유수의 브랜드들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유럽과 중국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한다.
이랜드는 이전까지 캐주얼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중국내 입지를 다졌다면 명품급의 고가 패션카테고리와 구두, 잡화, 액세서리 등 패션 전 영역에 걸쳐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