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27일(현지시간) 거래를 소폭 상승한 채로 마감했다.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가 엇갈리면서 주요 지수는 저항선을 터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4.39포인트(0.04%) 상승한 1만1989.83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78포인트(0.58%) 오른 2755.28을,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91포인트(0.22%) 뛴 1299.54를 각각 기록했다.
주식시장은 장 초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장 중 다우 지수가 전일에 이어 1만2000선에 다시 올랐고, S&P500 지수는 2년 5개월만에 13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기업 실적은 주가 상승세를 받쳐주지 못했다. 캐터필라와 넷플릭스가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알렸다. 그러나 AT&T의 실적은 월가 예상을 소폭 웃도는 데 그쳤고, 프록터앤갬블(P&G)는 상품 가격 상승에 따른 타격을 전했다.
경제지표도 엇갈렸다. 12월 잠정주택판매는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며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는 뜻 밖으로 대폭 증가했다. 또 지난달 내구재주문은 증가 예상을 깨고 감소했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된 가운데 하루 뒤 공개되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점도 주가 상승을 제한했다.
신용평가사 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강등한 데 따른 영향은 미미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는 낮다고 진단했다.
주식 매수세와 매도세가 강하게 맞붙은 가운데 주요 지수는 장 중 상승과 하락을 수차례 반복했다. 장 후반 지수는 주요 저항선을 재탈환하기도 했지만, 결국 장 막판 차익실현 매물에 다시 되밀렸다.
◇ 원자재주 하락..기술주 상승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가운데 20개 종목이 상승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유나이티드테크놀러지스가 1% 넘게 오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캐터필라는 실적 호재를 반영하며 0.92% 올랐지만, 지수를 더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AT&T와 P&G가 2%대 빠지며 오름세를 제한했다.
S&P500의 주요 업종 중에서는 산업주와 금융주의 강세가 두드러진 반면 통신주는 약세를 보였다.
또 최근 랠리를 보였던 상품 가격이 경제지표 부진에 하락하면서 주요 원자재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뉴몬트마이닝은 2.94%, 프리포트맥모란은 2.41% 각각 내렸다.
기술주는 상대적으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알린 넷플릭스는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상향 호재까지 겹치며 15.21% 뛰었다. 퀄컴은 실적 전망을 높여잡은 효과고 6% 가까이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예상보다 좋은 4분기 실적이 공식 발표 전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보도됐지만, 주가는 0.31% 상승하는 데 그쳤다.
◇ 경제지표 엇갈려..실업수당 청구 급증
4분기 GDP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경제지표들은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고르지 못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12월 잠정주택판매는 전월대비 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1.1% 증가를 점쳤지만, 이같은 예상을 두 배 가까이 웃돌며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출 금리가 낮은 상태를 유지한 가운데 주택가격이 하락한 점이 주택 구입자들의 매매 계약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5만1000건 증가한 45만4000건을 기록, 예상 밖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일부 지역의 폭설로 인해 서류 작업이 지연된 점이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급증의 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12월 내구재주문은 증가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월보다 2.5% 감소했다. 다만 자본재 주문은 2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