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명성이 더욱 빛나는 것은 휴렛팩커드, 인텔과 AMD의 모체인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 애플, 시스코시스템즈, 넷스케이프, 구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기업들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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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의 대명사 `아이폰`으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 판도를 순식간에 뒤집고, 태블릿 컴퓨터 `아이패드`를 앞세워 퍼스널 컴퓨터의 패러다임까지 뒤흔든 장본인이 다름 아닌 애플이다.
더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으로 엄청난 현금을 쥐고 있는 까닭에, 최근에는 애플이 잠재적인 M&A 포식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며칠 전에는 일본 국민기업 소니가 애플의 먹잇감 후보로 거론돼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특히 투자은행 블레이락 로버트 밴의 조엘 어카모익 리서치부문 부사장은 최근 더스트리트(TheStreet)에서 "개인 시장 중심의 애플이 M&A를 통해 기업 시장에 뛰어들 수 있고, M&A 대상 중 하나가 휴렛팩커드일 수 있다"고도 밝히기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휴렛팩커드는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1937년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차고에서 오디오 오실레이터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실리콘밸리 1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애플은 근 40년이 지난 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사진)이 실리콘밸리 내 잡스의 아버지 집 차고에서 1976년에 세운 세계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 회사였다. 만에 하나 애플이 휴렛팩커드를 인수한다면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다.
하지만 조금만 돌이켜보면, 애플은 지금의 모습과 큰 차이가 있다. 애플은 1980년대 이후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였고, 스티브 잡스는 1985년 내쫓기듯 애플을 떠나야 했다. 1997년 잡스가 애플 CEO로 복귀한 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대박 상품에 힘입어, 현금이 넘쳐나는 지금의 애플로 변신했지만, 그 이전에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
잡스도 애플을 그만두고 넥스트(NeXT)를 설립했지만, 실패에 연속이었다. 컴퓨터 그래픽 회사인 픽사(PIXAR)도 인수했지만 1995년 11월 세계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가 나오기까지 숱한 고생을 맛보았다. 그러나 적자에 허덕이던 시련을 통해 애플의 체질은 강해졌다. 스티브 잡스도 12년간의 방랑을 통해 독선과 오만에서 벗어나는 대신, 인사이트(Insight)를 더욱 높였다.
물론 애플의 부상은 경쟁사를 위축시켰다. 특히 PC 회사인 애플이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면서 여러 회사가 유탄을 맞았고, 안타깝게도 LG전자(066570)의 타격이 유독 컸다. 그 여파로 LG전자의 경영진이 교체되고, 주요 사업부문 임원들이 물러나는 일이 벌어졌다.
기자는 수개월 전 LG전자의 고위 임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경고가 LG전자 내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과가 말해주듯이 `전략 부재`로 지금의 어려움이 발생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혹자는 과거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애플이 가능했을지에 의문을 표한다. 애플이 시련을 겪고 잡스가 방황을 했기에, 더욱 단단한 애플로 거듭났다는 얘기이다. LG전자 역시 아픈 만큼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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