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미국의 고용시장은 예상대로 올들어 7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월간 고용 감소폭이 월가 전망치 보다는 적었지만 실업률이 4년래 최고치인 연 5.7%로 치솟았다는 소식은 미국 경제가 후퇴국면(recession)에 진입했거나 그 언저리에 있다는 우려감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고용 지표가 미국의 경제 현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지표로 꼽히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최대 동력인 소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소비 위축→경기침체→고용 위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오늘 공개된 미국의 7월 자동차 판매실적은 이같은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소비 위축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간판스타들의 월간 판매 실적은 암울하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했다. 일제히 두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혀 있으니 자동차와 같은 값비싼 내구 소비재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자동차시장은 고유가라는 악재까지 겹쳐지면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노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찰스 노트는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을 이어가고 있다"며 "추가적인 둔화에 대비해야 하고, 만약 경기후퇴에 진입한다면 GM과 포드는 더욱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인사이트의 나리만 베라베시 미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보고서는 경제가 얕은 경기후퇴기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추가적인 증거"라며 "고용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론스키는 "근로자들에게는 이미 경기후퇴 국면"이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렇다고 미국 경제를 둘러싸고 긍정적인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서브프라임발 신용위기의 핵심 부실자산인 자산담보부증권(CDO) 처리에 대한 해법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는 게 고무적인 현상이다.
메릴린치가 장부가액 306억달러 규모의 CDO를 론스타에게 20%의 가격인 67억달러에 매각, 재무제표에서 상당한 금액의 CDO 부실 위험을 제거한 이후 금융권의 CDO 처리에 가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암박 파이낸셜 등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들은 최고 신용등급 상실로 발생한 CDO 보증 손실과 관련한 추가 손실 위험을 없애기 위해 금융회사들에게 보험금을 서둘러 지불하고 CDO를 재무제표에서 지우기 시작했다.
유동성 위기설에 곤욕을 치러왔던 리먼브러더스는 메릴린치와 같은 해법을 적용하기 위해 CDO 매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애틀란티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콘은 "메릴린치가 벤치마크를 세웠다"며 "부실덩어리인 CDO 망령이 힘을 잃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슨 일링톤 어드바이저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휴 존슨은 "잇따라 들려오는 CDO 관련 소식은 금융주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며 "헐값 매각이 당장에는 고통이겠지만 불확실성이 제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