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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R의 공포` 뉴욕 또 급락..다우 306p↓

김기성 기자I 2008.01.18 06:41:28

필 연은 지수 곤두박질..주요 지수 급락 촉발
버냉키 발언 경기후퇴 우려감 되레 고조시켜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17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최고조에 달한 미국의 경기후퇴(recession) 공포감에 직격탄을 맞아 또다시 급락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미국 하원 예산위원회 증언을 앞두고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장초반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6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칠지면서 경기후퇴 진입을 의미한 1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가 충격파를 던지면서 투자심리를 얼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투매가 확산되는 전형적인 급락 장세를 연출했다.

특히 금융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사상 최악의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메릴린치와 16년래 최저치로 추락한 12월 신규주택착공건수, 미국 채권보증업체인 MBIA와 암박 파이낸셜에 대한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경고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경기후퇴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강조했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후퇴 가능성의 반증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컸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159.21로 전일대비 306.95포인트(2.46%)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7.69포인트(1.99%) 떨어진 2346.90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333.25로 39.95포인트(2.91%) 밀렸다.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10개월 최저치로 떨어졌고, S&P500 지수는 15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편 국제 유가도 미국의 경기후퇴 우려감 고조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에 하락 마감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2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71센트(0.8%) 떨어진 90.1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메릴린치, 18년만에 첫 연간 적자..4Q 146억달러 상각..금융주 동반 하락

메릴린치가 지난해 4분기 146억달러에 달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을 상각처리했다. 그 결과 2분기 연속 대규모 손실을 기록, 지난 1989년 이후 18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냈다.

메릴린치는 이날 4분기 순손실이 사상 최대인 98억3000만달러(주당 12.01달러)를 기록, 전년동기의 23억5000만달러(주당 2.41달러)의 흑자에서 적자를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주당순손실 4.82달러의 세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같은 대규모 적자는 자산담보부증권(CDO)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을 무려 146억달러 손실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는 3분기 79억달러의 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뉴욕타임스(NYT)가 예상한 150억달러에 근접했다.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는 "메릴린치의 연간 실적은 분명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다"며 "그러나 지난 수주간 회사의 유동성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테마섹`으로부터 56억달러를 수혈받은데 이어 최근 한국투자공사(KIC)를 비롯해 미즈호은행, 쿠웨이트투자청으로부터 66억달러의 자본을 유치했다. 또 지난해 일부 부서의 성과급을 삭감했으며, 부실자산을 양산한 채권 부문을 감원했다.

한편 메릴린치의 주가는 10% 급락하면서 금융주 동반 하락세를 이끌었다. 

골드만삭스(GS)는 3.7% 밀렸고, 리먼브러더스(LEH)는 3.7% 뒷걸음질쳤다. 베어스턴스(BSC)와 모간스탠리(MS)는 각각 5.7%와 4.5%씩 하락했다. 씨티그룹(C)은 4.9% 밀렸다.

◇MBIA, 암박 `하락`..이베이 `상승`

미국의 채권보증업체인 MBIA와 암박(ABK)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경고로 각각 31%와 51% 급락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업체인 이베이(EBAY)는 베어스턴스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시장수익률→시장수익률 상회)에 힘입어 급락장세에서도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버냉키, 공격적 금리인하 시사..경기부양책 필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공격적인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또다시 시사했다. 그러나 그러나 미국 경제가 경기후퇴 국면에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 "경기후퇴(recession)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상당한(substantive) 수준의 추가 조치(금리인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종전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9~30일 이틀간 열리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50bp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월가는 전망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또 "일시적인(temporary) 재정정책은 원칙적으로 중앙은행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함께 사용하면 통화정책만 취할 때 보다 전반적인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부시 행정부가 추진중인 경기부양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버냉키 의장은 "올해 경제 전망은 악화되고 있고, 성장이 둔화될 위험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연준의 책임이 인플레이션 안정에 있다는 일반의 신뢰도가 흔들리지 않는 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포함하든 아니든간에 올해와 내년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후퇴국면에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경기후퇴 위험을 막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1월 필라델피아 제조업경기 `6년 최악`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의 1월 제조업 경기가 6년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1월 제조업 지수가 전월의 -1.6에서 -20.9로 급락, 2001년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가 0을 밑돌았다는 것은 경기후퇴(recession)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및 신용위기의 여파가 제조업에도 깊숙히 파급됐다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美 12월 주택착공건수 16년 최저

미국의 주택경기침체가 여전히 바닥 징후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전월대비 14% 급감한 연율 101만채(계절조정)를 기록, 지난 1991년 이후 1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주택착공건수는 전년대비 25% 급감한 135만4000채에 그쳤다. 1993년 이후 14년래 최저치다. 하락률로 보면 1980년 이래 27년래 최대다.

주택건설의 선행지표인 12월 착공허가건수도 8% 감소한 연율 107만채(계절조정)에 그쳤다. 1993년5월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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