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호재와 악재가 무더기로 충돌한다면`
4일(현지시간) 뉴욕주식시장은 마치 이러한 시험 문제를 받아든 수험생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뉴욕 주식시장이 제시한 답이 맞았는지 아니면 틀렸는지는 좀더 두고 봐야할 일이지만 심히 고민한 흔적은 역력했다. 뉴욕 주식시장은 일제히 소폭 상승 마감했다.
이날 먼저 등장한 것은 악재였다. 월가가 마지막 보루로 믿고 있는 고용시장에 대한 의구심이 뉴욕 주식시장에 던져진 것.
지표의 신뢰성이 높진 않지만 ADP가 집계한 3월 고용창출지표가 부진했다. 오는 6일 미국 노동부가 공개하는 3월 비농업부문 고용창출에 대한 월가 예상치를 비교적 크게 밑돈 것이다.
특히 6일은 `Good Friday` 로 뉴욕 주식시장이 휴장하는 터라 월가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며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 차례는 호재 등장. 이란이 13일간 억류중인 영국군 15명 전원을 석방키로 했다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양국간 갈등으로 세계 원유 물동량의 25%가 오가는 호르무츠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았는데, 일단락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고공행진을 해오던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월가는 이를 반겼다. 유가 하락이야 말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개인 소비를 늘리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호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월가 예상치를 일제히 밑돈 주요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위로 향하던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
3월 공급자관리협회(ISM) 서비스지수는 예상 밖의 하락세를 나타냈고, 2월 공장주문도 전월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월가 예상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터져나온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씨티그룹의 1분기 예상 실적 상향 조정 소식은 강렬한 빛과 같았다.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한 염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발표된 미국 1, 2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와 서킷시티의 1분기 실적 및 향후 예상 실적은 월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던 시점이기도 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는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와 나스닥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잠수해 있던 기업 실적 긍정론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토드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사장인 커티스 스콧은 "개인적으로 주식시장을 여전히 좋아한다"며 "기업의 이익은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우리 힐의 펀드매니저인 마샤 포메란츠는 "실제로 미국 경제 체력은 꽤 강하다"며 "주식시장은 가치를 부여받기에 합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제프리즈의 주식시장 수석 전략가인 아트 호간은 "다음번 악재가 있다면 기업 실적이 될 것"이라며 "14분기 두자릿수 이익성장이 종료될 것이고, 이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봐야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세계 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가 오는 10일 1분기 어닝 시즌의 테이프를 끊는다.
코웬 앤 코의 트레이딩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맬론은 "오늘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변덕스러웠다"며 "발표되는 뉴스에 따라 왔다갔다했다"고 말했다.
내셔날 씨티 프라이빗 클라이언트 그룹의 리서치 디렉터인 닉 레이는 "데이터가 너무 혼란스러웠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