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병수기자] 최근 신용불량자는 애초부터 신용거래가 불가능한 그룹이어서 현행 사적회생제도를 통한 처리방안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공적 파산제도의 신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현재 신용불량자 수는 고용구조 변화 등 노동시장 문제를 반영한 결과로, 우리 경제가 이미 현재와 같은 수준의 신용불량자를 항시 지니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장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4일 금융감독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신용불량자 증가의 원인 분석 및 대응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KDI는 최근 신용불량자로 편입된 개인의 상당수는 애초부터 직업이 없는 등 소득흐름이 불안정한 그룹으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신용거래가 불가능한 그룹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2년 3/4분기 이후 최근 3분기 동안의 신용불량자 증가는 주로 신용카드 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기인하고, 올해 1/4분기 경기가 급락하면서 더욱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즉, 최근 증가한 신용불량자는 소득흐름이 없거나 불안정한 상태에서 신용카드 회사의 위험관리 미비로 금융시장에 편입된 그룹이라고 KDI는 해석했다.
이를 KDI는 ‘99년 5월 현금서비스 한도규제(월 70만원) 폐지를 중심으로 한 규제완화→위험관리 미비의 신용팽창(잠재부실 축적)→2002년 6월 현금대출 업무비중 50% 이하로 제한 등 건전성 규제 도입→신용팽창 조정→잠재부실 현재화’의 흐름으로 풀이했다.
따라서, 일정한 소득흐름의 존재를 전제로 한 사적회생 적용은 부적합하고, 공적 파산제도의 도입이 이미 발생한 신용불량자에 대한 최선의 처리방안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KDI 또 2002년 이전의 신용불량자는 주로 고용구조의 변화 등에 기인해 증가했으며, 이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청년실업 증가, 비정규직 증가 등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제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2002년을 기준으로 신용불량자 규모가 최소한 240만명 수준인 경제구조로 전환된 상태며, 1999년~2000년간 거시경제가 호황을 보였음에도 신용불량자가 감소 등 큰 변동이 없었다는 점은 우리 경제가 위기 후 최소한 이 정도의 신용불량자를 항상 지니게 됐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KDI는 민간기구인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사실상 공적기구로 운영되면서 신용불량자 문제를 푸는 데 오히려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3개월 연체라는 신용정보에 불과한 ‘신용불량자’ 개념이 공적당국에 의해 공인된 ‘불량경제주체’를 뜻하는 개념으로 전환되고, 결국 금융시스템의 인프라인 개인신용정보 관리방식을 변경해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관행이 등장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과거 신용불량정보 말소,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의 강제 삭제 등이 사회정책적 목적을 금융인프라의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왜곡된 예로 지적한 KDI는 이 같은 문제가 존속될 경우 신용정보의 효율적 유통으로 금융시스템을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은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