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난해 9월 26일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 제외돼 의문을 낳았습니다. 그동안 글로벌 AI 기술 경쟁과 정책 논의에서 한국을 대표해온 네이버가 민간 위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 이상했죠.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흡수한 후 코GPT 개발이 주춤했음에도 불구하고, KT, 리벨리온, LG AI연구원 대표들과 함께 위원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AI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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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에는 최민희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해 AI와 네이버를 응원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기념촬영을 하며 “AI 아자! 네이버 아자!”를 선창해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치인들이 ‘가짜뉴스’ 유통 등을 이유로 포털을 압박하며 네이버를 항의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회사를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네이버를 둘러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시선이 크게 바뀐 이유는 AI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720조 원을 AI에 투자한다고 하더라. (AI 정책이) 먹고 사는 문제이자 산업 진흥의 핵심으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AI 학습데이터 저작권에 대해 제도화하고 싶은 문화체육관광부나 AI이용자보호법에 관심을 두는 방송통신위원회도 “규제보다는 진흥”이라는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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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스타게이트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AI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보입니다. 첸리앙 중국국제금융공사회장은 “2024~2030년 동안 중국 AI 투자 규모가 10조 위안을 넘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중국은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잠정변법’을 통해 AI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를 명시하면서도 규제에 유연성을 두고 산업 촉진과 균형을 맞추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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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년 인터뷰에서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가 만난다면 AI를 통해 세계를 영원히 지배하려는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며, “그로 인해 다른 국가들은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당시 정부 일각에서는 AI 규제를 선도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는 “한국이 글로벌 AI 규제를 앞서 나갈 필요는 없다”며, “충격과 2차, 3차 효과를 충분히 파악한 후,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년 전 최 총장이 언급한 대로 AI 산업 진흥에 집중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AI 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에 동참한 것은 다행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네이버의 위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요. 글로벌 AI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기술기업들이 더 소중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