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파인다이닝 관련 사업 투자를 늘리는 등 ‘훈풍’ 조짐이 일고 있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마케팅이나 연구개발(R&D) 등 전략적 육성 목적이다. 파인다이닝은 고급 인력과 식재료 사용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마진이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어 산업계는 방송의 열기를 지켜본다면서도 미래 신사업으로 파인다이닝을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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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파인다이닝’ 키워드의 활성화 지수는 지난 23일 기준 ‘23’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6)보다 4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숫자가 100에 가까울수록 검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8일 흑백요리사 종영 후에도 20~50 사이의 활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방송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프로그램에 수많은 파인다이닝 셰프가 등장하면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특히 ‘가니쉬’(고기에 곁들여 먹는 음식), 빠스(중국식 맛탕) 등 낯선 요리가 등장하면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실제로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다른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일제히 예약 증가 등 효과가 나타났다.
파인다이닝은 모처럼 호재에 웃음 짓고 있다. 파인다이닝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보복소비 트렌드로 전성기를 누렸다. 해외여행 대신 소수만 모여 먹는 미식 경험에 소비력이 몰렸던 영향이다.
다만 엔데믹과 고물가로 붐이 꺼지기 시작했다. 미슐랭 등급을 받고도 폐업을 하는 파인다이닝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인기에 다시금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수익성보다는 마케팅·이미지…기업들도 관심
실제로 파인다이닝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늘고 있다.
최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개인 회사 비아스텔레코리아는 강남구 청담역 인근에 신규 비건 파인다이닝 개점을 준비 중이다. 흑백요리사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성재 셰프도 올해 초 휴업에 들어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모수’를 곧 이태원에 재개점할 예정이다. 현재 여러 기업이 협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은 파인 다이닝을 통해 여러 부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파인 다이닝 이미지를 기업·상품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CJ제일제당(097950)이 대표 사례다. 현재 외식사업총괄 산하에 ‘몽중헌(중식)’, ‘소설한남(한식)’, ‘주옥(한식)’ 등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소설한남’의 엄태철 셰프와 협업해 밀키트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식의 연구개발을 위한 ‘안테나숍’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기업이 파인 다이닝 사업에 나서고 있다. 풀무원(017810)과 농심(004370)도 각각 퓨전 한식 레스토랑 ‘플랜튜드’, 비건 파인 다이닝 ‘포리스트 키친’을 운영 중이다. 업장의 소비자 반응을 통해 비건의 대중화 가능성을 엿본다는 계획이다. SPC그룹도 청담동 등 지역에 다이닝 레스토랑 ‘퀸즈 파크’를 열고 있다. 수익성보다도 소비자 접점 확대 차원이라는 것이 SPC의 이야기다.
물론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지켜봐야 한다. 방송을 통해 반짝 인기를 얻은 것은 맞지만 앞으로 열기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라서다. 특히 파인 다이닝은 마진이 크지 않아 ‘낭만 사업’으로 불린다. 음식의 단가가 높지만 그만큼 초고급 식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노련한 조리사와 종업원 등 인건비 부담도 크다. 대부분의 파인다이닝이 기업의 지원을 받는 이유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파인다이닝은 주요 기업들도 큰 성과를 보지 못해서 ‘대기업들의 무덤’으로 불린다”며 “흑백요리사의 관심으로 대중의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미식에 대한 수준이 계속 높아질 것인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