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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은이 제안한 입시제도 개선안, 공론화해 볼 만하다

논설 위원I 2024.08.29 05:00:00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 경제력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그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으로 연 심포지엄에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소득 상위 20% 가구 자녀의 상위권대 진학률(5.9%)이 나머지 가구(2.2%)보다 3.9%포인트 높았다. 진학률 격차 가운데 학생 개인의 잠재력(중1 때의 수학 성적)에 기인한 부분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75%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거주 지역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 같은 불합리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위권 대학의 입학 인원을 지역별 학생수에 비례해 배정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입시경쟁 과열은 수많은 폐해를 낳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사교육 열풍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1000억원으로 같은 해 교육부 예산(102조원)의 26.6%나 된다. 우리 국민은 자녀 교육을 위해 국가에 100조원 넘는 세금을 내고도 추가로 사설 교육기관에 4분의 1이 넘는 세금을 매년 갖다 바치는 셈이다. 대한민국을 ‘사교육 공화국’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다.

부유층으로 갈수록 사교육 열풍이 심해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는 월 수백만원 하는 유치원 영어학원이 비일비재하고 초등생 의대 입시반까지 등장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옛말이 됐고 요즘에는 ‘부모 지갑에서 용 난다’는 말이 대세가 되고 있다.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은 저출산을 유발하고 경제 성장률을 낮추며 종국에는 성장을 멈추게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집값 상승, 지역 소멸 위험 가속화 등의 폐해를 낳고 있다.

한은이 입시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입시경쟁 과열과 사교육 열풍의 폐해가 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한은이 제시한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대학 입시제도에 관한 발상 전환을 유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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