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청장은 오는 28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시작으로 31일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등을 잇따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기업 총수는 해외로 출국하는 등 면담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은 “방산수출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미래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 방향을 소통하기 위해 방산기업 그룹 간담회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 발주 예정인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앞두고 상호 비방 수위를 높이는 등 대립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관련 군사기밀 탈취·누설 과정에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고발한데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앞서 방사청은 해당 불법 해위 과정에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했다.
|
해외 유수의 함정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역량을 결집해 ‘원팀’으로 대응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2개 조선소는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정부·군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에 조정·통제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과 가격 등에서 앞서 한국산 모델을 도입하려 해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2개 기업이 동일한 모델을 각각 제안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석 청장은 양측 오너들을 만나 해외 수출에 악영향이 없도록 싸움을 자제하고 해외 시장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석 청장이 아직 업체 간 수사나 관련 재판 등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들을 만나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모양새는 직권 남용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재 의사가 있다면 조용히 만날 일이지 총수와의 면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의 행보는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