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 A(32)씨는 수능이 끝나 다소 한가해진 학생들이 ‘사이버 도박’에 손을 댈까 걱정이다. A씨는 “교육청 공문 등을 바탕으로 한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수시로 주의를 주는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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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데일리가 확인한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등에는 ‘40만 포인트 지급’, ‘공짜로 일단 시작해보세요’ 등 불법 사이버 도박으로 연결되는 배너가 다수 배치돼 있었다. 성인에 비해 문화에 소비할 여력이 없고, 저작권 의식이 부족한 상태의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인 셈이다.
이처럼 시작된 사이버 도박은 교우 관계를 통해 번져 나갈 가능성도 크다.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들 사이에서도 ‘친구가 하길래 따라했다가 순식간에 100만원을 잃었다’, ‘처음에는 1만원부터 시작했는데 점점 규모가 커졌다’ 는 우려의 경험담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능이 끝나고 처음으로 사이버 불법 토토를 접해봤던 B(20)씨는 “주변에서 토토, 사다리를 안 하면 ‘알바 말고 쉽게 돈 벌 기회를 놓친다’고 하곤 했다”며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기 쉽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의 도박 중독 위험성 역시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박 중독 증세로 치료를 받은 청소년은 2018년 65명 수준이었지만 2021년 127명으로 세자릿수를 돌파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114명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8월 기준으로 이미 11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수업, 온라인화가 이뤄지며 온라인 도박 역시 세를 키워간 셈이다.
경찰이 지난 9월 25일부터 약 2달여간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검거된 353명 중 청소년은 39명에 달하기도 했다. 특히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대부분(67.6%)은 친구나 지인을 통해 도박을 접하게 됐다고 답했으며 △온라인상 도박 광고(18.9%)를 통한 유입 △금전적 욕심이나 호기심(13.5%)이 뒤를 이었다.
다만 아직 도박 중독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시설은 현저히 부족하다. 입소해서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드림마을 캠프’가 전부다. 이 캠프의 청소년 도박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부 정신 진료 전문 기관 등과 연계돼 국가 차원에서도 종합적인 대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교육부는 수능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위해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을 포함, 도박 예방 교육 등을 강화해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역시 수능 이후부터 겨울방학까지를 청소년 선도·보호 기간으로 운영해 예방 등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