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새로운 ‘아몬드’의 표지 디자인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다. 신규 출간한 아몬드 표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서 만들었다. 감정 표현 불능증(알렉시티미아)을 가진 주인공을 형상화한 기존 아몬드의 무표정한 소년 얼굴이 신규 출간본에서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뒷모습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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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발전에 따른 저작권 문제가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이미지 제공 업체 게티이미지가 이미지 생성AI 기업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낸 2000조원 규모 소송과 같은 일이 언제든 국내에서 재현될 수 있다. 지난 6월 방한했던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는 AI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만약 AI를 이용해 BTS와 비슷한 노래를 만든다면 BTS도 그 수혜를 입어야 한다”면서 “콘텐츠 창작자에 대한 보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 판단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글’은 더욱이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카카오브레인은 AI 모델 ‘시아’의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출간까지 했으나 ‘시아’가 인간이 아니란 이유로 저작권을 등록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국내 많은 벤처·스타트업이 초거대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않는다면 언제든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사업을 진행하는 셈이다.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AI 창작물의 상업적 이용을 위해선 저작권 확보가 필수다. 반대로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판단을 위해서도 명확한 규정 마련이 필수적이다.
더 큰 문제는 AI관련 제도 마련에 한국이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AI 패권국인 미국이나 후발주자인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등은 AI 관련 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지난 2021년 발의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이 이견 속에 2년가량 계류 중이다. 상업적 사용에 대한 면책 조항에 대해 창작자들이 권리를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미국, EU 등이 주도해 AI 규범을 만들 경우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문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다음달 발표 예정인 ‘디지털 권리장전’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