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유준상(54)은 상기된 표정으로 대뜸 테니스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지난 4월 성남시테니스협회가 주최한 ‘제22회 중원구청장배 테니스대회’에서 은배부 우승을 차지했다. 동호인 테니스 대회 최고 등급인 ‘금배’에 진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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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부터는 오랜만에 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서다. ‘그날들’은 가수 김광석의 명곡으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올해 초연 1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창작뮤지컬이다. 유준상의 뮤지컬 출연은 2021년 ‘비틀쥬스’ 이후 2년 만이다.
‘그날들’은 유준상에게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10년 전 초연부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날들’에 출연했다. 유준상이 맡은 역할은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인 청와대 경호원 정학 역. 유준상은 “그동안 출연한 창작뮤지컬 모두 10주년을 넘었는데, 그중에서도 ‘그날들’은 한 번도 안 빠지고 매번 출연한 작품이라 감회가 더 새롭다”고 소감을 말했다.
유준상이 ‘그날들’에 출연하게 된 것은 극작과 연출을 맡은 장유정 연출 때문이었다. 2007년 장 연출의 연극 데뷔작 ‘멜로드라마’를 관객으로 본 뒤 그를 눈여겨보던 터였다. 유준상은 “장 연출이 대성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따로 만났고, 그 이후 시간이 지나 장 연출로부터 작품을 판단해달라며 ‘그날들’의 대본을 받았다”며 “대본을 읽고 2시간 만에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날들’과 10년을 같이 하면서 대사나 노래할 때의 감정도 조금씩 달라져요. 특히 50대를 앞두고 있을 때는 감정에 북받쳐 눈물도 많이 흘렸죠.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또 하루 멀어져간다’ 등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면서 나의 40대도 이렇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지금은 작품 속 가사와 대사가 더 깊이 있게 다가와요. 때로는 무릎도 아프고 앞이 잘 안 보일 때도 있지만, 열정만큼은 10년 전 못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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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부터는 처음 꿈꿨던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3편의 장편영화, 2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곡가로 실내악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한 클래식 앨범도 발매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틈틈이 쓴 글을 모은 에세이는 올해 하반기 출간 예정이고, 내년엔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펴낼 계획이다. 지금도 유준상은 연기, 기타, 노래 레슨을 받으며 끊임없이 스스로 갈고 닦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저 자신에게 불편한 걸 찾아다니고요. 너무 편하기만 하면 안 되거든요. 힘든 점은 뮤지컬이 채워줍니다. 그래서 ‘그날들’이 그래서 더욱 기대돼요. 80살이 되더라도 힘이 날 때까지 계속 뮤지컬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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