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 분야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섬뜩한 경고를 내놓았다. 그제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여성들이 가정에서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는 구조를 부수지 않으면 출산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며 “이대로면 2750년엔 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17년 전인 2006년 유엔에서 열린 인구포럼에서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인구소멸로 사라지는 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1.13명이었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 명당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졌다.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콜먼의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콜먼 교수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일본의 사회학자 마스다 히로야는 65세 이상 인구수 대비 20~39세 여성 인구수의 비율이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현재 전국 226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18 곳과 광역 지자체 17개 중 6 곳이 소멸위험 지역이다. 소멸위험 지역은 인구 유입 등 특별한 요인이 없는 한 30년 후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지역소멸은 이미 우리 세대의 가시권 내로 들어와 있다고 봐야 한다.
저출산 대응에 관한 콜먼 교수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제적 접근법보다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문화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문했다. 또한 저출산의 요인으로 가부장제 문화와 여성의 과도한 가사노동 부담, 비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직장에서의 장시간 근무와 육아지원 미비, 과도한 교육열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의식과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출산율 하락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시민단체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2%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20∼30대 미혼 여성 응답자의 4%만 ‘결혼은 필수’라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과 문화를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