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강남구 동원그룹 본사에서 만난 동원산업(006040) 종합기술원 최용원 AI추진팀장은 “수산물 어획부터 상품화하는 과정까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있었다”며 “직접 AI 인력을 육성해 현재 그룹 내 전방위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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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력 자체 양성…참치 등급분류·AI 드론 적용
최 팀장은 “보통 식품회사에서 AI를 사업에 적용한다고 하면 프로그램 개발은 외주에 맡기는데 우리는 자체 개발자를 양성키로 했다”며 “공대 출신 현장 직원 중에서 학창시절 코딩을 해 본 이를 선별한 뒤 6개월 정도는 스터디만 했다”고 돌아봤다.
AI쪽 인력은 주로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 유명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몰리는 경향이 짙어 당시 식품회사에는 우수 인력 지원이 적기도 했다. 하지만 ‘인력 자체 양성’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최 팀장은 “현업을 잘 아는 직원들이 AI에 능숙해지니 산적한 과제들이 속속 나왔다”며 “현장 근로자들과 소통도 잘 돼 머잖아 각종 솔루션을 개발·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과제는 ‘참치 품질 등급 분류’였다.
남태평양 먼 바다에서 잡은 참치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영하 60℃ 이하 초저온에서 급속 냉동한다. 냉동 상태로 부산에 도착하면 품질 등급을 선별하는데, 기존에는 참치 꼬리 부분을 5㎜ 이내로 절단하고 절단면을 해동·세척한 뒤 육안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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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팀장은 “참치는 생물이라 표준화가 힘들었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며 “부산 공장에서 소수의 전문가가 육안으로 식별하고 수기로 기록하던 일을 완전히 자동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친 현장 업무라 젊은 지원자가 많지 않아 후임 양성이 쉽지 않은 분야인데 회사로선 중요 업무를 AI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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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은 지난해부터 남태평양 원양어선에서 AI 기술을 탑재한 드론을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새떼와 파도 등 주변에 참치 어군이 있다고 알리는 신호를 촬영하고, 실시간 촬영 영상을 AI로 분석해 관제기기로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최 팀장은 “현재 운영 중인 AI 드론 2대에 이어 올해 3대를 추가로 도입해 총 5척의 선망선에서 활용할 계획”이라며 “어탐 범위가 늘어나고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신호까지 인식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통조림 뼈도 AI로 가려…“창업주 AI 큰 관심이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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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팀장은 “20만장 이상의 참치 뼈 이미지를 AI로 학습해 X-레이의 검출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며 “그 결과 작년 5월 기준으로 고객 클레임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언급했다.
동원그룹은 이 밖에도 동원홈푸드 급식사업의 ‘식수 예측’, 동원시스템즈의 유리병 제조 사업의 ‘용해로 적정 온도 조절’ 등 여러 분야에도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동원그룹이 AI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건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의 영향이 크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20년 KAIST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했고 현재 KAIST의 AI대학원 명칭은 ‘김재철 AI대학원’으로 불린다. 올해 2월에는 KAIST로부터 명예 과학기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팀장은 “창업주께서 ‘내가 젊었을 때는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 보국했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데이터의 바다에서 국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며 “산업화 이후 정보화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창업주의 정신에 따라 식품회사로서 AI 고도화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