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강제동원 해결 너무 급해…정부, 물러서서 화해 유도해야”

권오석 기자I 2023.02.09 05:30:00

[만났습니다]①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시간 걸리더라도 전범기업과 피해자 화해토록 방향 돌려야
국가가 개입하면 안 됐는데…정부 간 협의 95%는 완성된 듯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지난 6일 세종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범 기업과 피해자들이 화해를 할 수 있도록 방향을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가 협력해서 지원해야 한다.”

일본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사진) 세종대 교수는 지난 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호사카 교수는 “역사적으로 수십년 간 걸린 문제를 너무 급하게 해결하려는 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공익법인인 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변제하는 ‘제3자 변제’ 안을 공식화 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을 통해 재단 기금을 조성한 뒤, 일본 피고 기업들을 참여(구상권 요청)시키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다만 피해자 측은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에서는 한국이 구상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 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피해자들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서로 양보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일본은 한국에만 양보하라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직접 사과 대신 ‘과거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 표명으로 갈음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당초 강제징용 문제는 `사법`의 영역에서 풀어야 했다. 그러나 2018년 대법원 판결 당시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전범 기업들은 판결금 지급을 거부했고, 피해구제를 위해 한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 결과적으로는 화근이 됐다는 게 호카사 교수 생각이다. 그는 “국가가 개입하면 안 되는 부분이었다”면서도 “정부 간 협의는 95% 정도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동의”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지난 6일 세종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호사카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일 양국이 조만간 합의를 도출할까.

△현재 정부 간 협의는 95% 정도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부 간에 해결안은 벌써 다 나왔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동의다. 이 부분을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다른 부분은 거의 모두 완성됐다. 일본 뉴스를 보면, 이 안이 계속 거론되고 있고 이 안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

-‘3자 변제’ 방안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일본에서는 우리 측이 구상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 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은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피해자들의 동의가 없다는 두 가지가 상당한 장애 요소다. 거기다 피해자들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서로 양보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일본은 한국에만 양보하라고 하고 있다. 해결책이 나오더라도 해결책이 아닐 우려가 있다. 일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한국의 사법이 일본 정부에 굴복하는 상황이 된다. 사법 주권의 권위가 무너진다.

-일본이 원하는 대로 우리 정부가 `구상권 포기`를 선택할까.

△(피해자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방안은 일본이 거부하고 있어 이뤄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사과의 경우, 전범 기업의 사과 없이 과거 무라야마 담화 등을 계승하는 정도를 말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일본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유도하겠다는 얘긴데, 피해자들이 수용하기 쉽지 않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국가가 개입하면 안 되는 부분이었다. 기업과 개인 간 민사 문제였으나, 일본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해 ‘배상금을 절대 내면 안 된다’고 했다.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이 배상금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일본 정부가 안 된다고 해서 돌아선 거였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전범 기업)과 개인(피해자 측)이 화해하는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양국 정부가 협력해서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면 일이 잘 안 된다. 하나의 해결책을 두고 피해자들의 의견이 통합되기는 어려운 법이다. 강제징용은 20년 이상 소요된 문제다. 피해자 의견을 수용하지 않아도 되는 공탁을 하게 되면 피해자들이 반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역사적인 과오를 범할 우려가 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한국은 어마어마하게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가 뭘까.

△일단 한·미·일 공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인 한·미·일 공조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하고 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굳이 한·미·일 공조를 위해 강제징용 문제를 너무 급하게 처리한다면 오히려 역풍이 심하게 올 수 있다. 이 문제는 분리해야 한다. 국가가 개입할수록 돋보이기 때문에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전범 기업들이 과연 피해자들에 사과를 하고 배상금을 지급할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간의 입장이 다르다. 신일본제철은 화해 의사를 드러낸 부분이 있으나 미쓰비시 측은 처음부터 배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베 정권이 처음부터 잘못했고, 한국 정부까지 나서다보니 일이 꼬여버렸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하자면.

△역사적으로 수십년이나 걸린 문제를 너무 급하게 해결하려는 건 무리가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목적은 한·미·일 공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나 중국의 위협 때문에 한·미·일 공조에 대한 미국의 요청이 강하다. 특히 대만 유사 시 상황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는 군사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따로 해결해야 한다. 너무 급하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으로 한·미·일 공조까지 무너질 우려가 있다. 외교부가 많이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3권 분립에 위배되는 일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지난 6일 세종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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