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킹달러' 충격에 결국…S&P, 연중 최저치 급락

김정남 기자I 2022.09.27 05:47:49

'킹달러' 충격에 글로벌 금융시장 혼돈
영국 파운드화 역대 최저…길트채 투매
BOE "금리 조정 주저않겠다" 구두개입
저금리 등에 업은 'TINA 시대' 저무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또 하락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연저점을 하향 돌파했다. 나홀로 ‘킹달러’에 영국 파운드화가 사상 최저로 폭락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가 만연했다. 영국을 시작으로 한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감도 커지는 기류다.

(사진=AFP 제공)


◇S&P 지수, 연중 최저치 떨어져

2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1% 하락한 2만9260.81에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인 23일 연중 최저점을 깼는데, 이날 추가 하락했다.

S&P 지수는 1.03% 빠진 3655.04를 기록했다. 6월 16일(3666.77) 당시 연저점을 깨고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S&P 지수는 3000선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월가 일각에서 나올 정도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60% 내린 1만802.92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도 6월 16일 기록했던 연저점(1만646.10)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41% 내린 1655.88을 기록했다.

오랜 저금리 환경에서 주식 외에는 투자 대안이 없다는 말인 ‘TINA’(There is no alternative·대안이 없다)’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형국이다.

킹달러 충격파가 계속 이어졌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초강경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달러화가 폭등하면서, 다른 주요국 통화들이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줄곧 114 위에서 움직였다. 이런 속도로 120에 근접할 경우 2002년을 넘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때까지 시장에 많은 변동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서는 실업률이 다소 올라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려면 통화정책을 추가로 긴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연준 쇼크’에 뉴욕채권시장은 연일 혼돈의 연속이다. 이날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4.351%까지 상승했다. 2007년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3.928%까지 오르며 4%에 접근했다.

당장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나라는 영국이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파운드당 1.0382달러까지 하락했다(파운드화 약세·달러화 강세). 당초 역대 최저였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당시보다 더 낮아졌다. 새로 출범한 영국 정부가 야심차게 감세 정책을 내세웠지만, 시장은 파운드화 투매로 반응한 것이다.

런던채권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영국 국채인 길트채 2년물 금리는 장중 4.573%까지 치솟았다(길트채 가격 폭락). 길트채 2년물 금리는 지난 22일께만 해도 3% 초중반대에서 움직였다. 최근 2거래일새 하루 50bp(1bp=0.01%포인트) 이상 금리가 폭등하는 국채 투매 장세가 펼쳐진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금리 조정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 방어를 위한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했고, 주식 투자 심리는 쪼그라들었다. 밴티지 포인트 자산운용의 니콜라스 페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BOE가 이번주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올려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화 쇼크’ 금융시장 대란

파운드화는 손꼽히는 준기축 통화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이외에 기타 신흥국 통화의 경우 더 고꾸라질 수 있는 탓이다. 달러화 가치가 역대 최고치에 다가갈수록 세계 전역은 금융위기 공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주식전략가는 “달러화 강세는 역사적으로 금융위기 혹은 경제위기로 이어졌다”며 “만약 무엇인가 무너지지 않을까 경계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일 것”이라고 했다.

국제유가는 킹달러 여파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58% 하락한 배럴당 76.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월 3일 이후 가장 낮다. 프라이스 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선임시장분석가는 “달러화가 폭등하고 위험 자산이 위축되면서 유가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추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연준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세계적인 투자 전략가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지난 2년간 과도한 통화 조정에 있다”며 “연준은 부실한 통화정책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이 과도하게 돈을 푼 이후 적절한 시기에 이를 조이지 않고 갑자기 기준금리를 확 올리니, 경제 전반에 충격이 오고 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유럽의 주요국 증시는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6%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24%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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