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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안펀드, '하락장 구원투수' 될까…업계선 갸우뚱

김보겸 기자I 2022.07.17 09:09:55

코로나 때 조성한 증안기금 2년만 재소환
외국인 자금유출 심각한 상황 반영한 듯
"수급상 호재 될 것…투입 시기도 좋아"
시총 0.5% 규모라 실효성 적다는 지적도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하락장 구원투수’로 거론된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에 관심이 쏠린다. 증안펀드는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을 증시에 투입해 지수 급락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외국인 자금이 뭉텅이로 빠지는 등 수급이 불안한 상황 속 증안펀드가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다.

일각에선 증안펀드 카드를 꺼내더라도 금리 인상기에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떠나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증안펀드를 다시 언급한 건 2년 만이다.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상황을 봐서 필요하다면 공매도 (금지)뿐 아니라 증안기금(증안펀드)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장이 폭락한 2020년 3월 조성한 10조7600억원 규모의 증안펀드로 하락장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개별 종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증권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코스피200 등 지수상품에 투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집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4월에 증시가 반등하면서 굳이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낮아져서다.

증안펀드가 2년만에 소환된 건 최근 심각해진 외국인 자금유출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외국인들은 월 기준 6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13% 급락한 지난달에는 3조8700억원어치 국내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들이 ‘사자’에 나섰지만 증시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거 증안펀드가 외국인 매도행렬을 막은 바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5150억원 규모로 조성된 증안펀드를 투입하자 당일 코스피 지수는 5.8% 올랐다. ‘팔자’로 일관하던 외국인도 순매수로 돌아서기도 했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만큼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지금은 주식을 사겠다는 수요 자체가 적은 상황”이라며 “기관들이 수급을 받쳐 주면 운용사 입장에서 신규 자금을 집행할 수 있어 호재”라고 반색했다. 이 임원은 “증시가 바닥권에 있어 증안펀드가 투입될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장에 유동성을 부여해 일정 부분 수급상 호재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며 “증안펀드는 인덱스에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을 교란하지 않으면서도 증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안펀드가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증시 안정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시 안정 목적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규모를 감안하면 심리적 안정감을 불러올 만한 정도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837조2550억원, 코스닥은 342조3870억원으로 합산액은 2179조642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안기금 10조7600억원은 전체 시총의 0.5%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금리가 한동안 오를텐데 주식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증시에 남기보단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증안펀드 투입에도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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