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같은기간 4.4% 올라 2009년 3월(4.5%) 이후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일명 ‘체감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7.4% 올라 1998년 11월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외부요인의 영향이 컸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국제유가와 곡물 등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공업제품(9.3%)은 물론 최근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던 농축수산물(4.8%) 상승폭이 다시 확대된 점도 부정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식 물가는 1992년 10월(8.8%)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8.0%)을 나타냈다.
물가 상승은 서민 가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50대 주부는 “식재료 뿐 아니라 옷 등 공산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다 올랐다”며 “생활비는 큰 차이 없는데 지출이 빠르게 늘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조만간 7%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한은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급망 재편,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전 세계가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심각한 물가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제가 직접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 여러분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