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사용 피씨엘 타액 자가검사키트, 우리만 못썼던 이유

김유림 기자I 2022.06.19 09:00:54

첫 전문가위원회 “해외 임상 신뢰할 수 없다”
2~3월 국내에서 임상 다시 진행해 허가 신청
4월 전문가위원회 “비인두보다 뛰어난 성능”
식약처 허가에 앞서 유럽연합에서 먼저 인정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피씨엘(241820)의 코로나19 타액 자가검사키트는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 2020년부터 사용돼 왔다. 하지만 올해 초 국내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2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허가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피씨엘 코로나19 타액 자가검사키트. (사진=피씨엘)


피씨엘은 지난해부터 타액 자가검사키트 제품 PCL SELF TEST- COVID19 Ag의 허가 신청을 시도했다. 그러나 올해 2월이 돼서야 식약처는 체외진단의료기기 전문가위원회(체외진단 시약 소위원회)를 개최했다. PCL SELF TEST- COVID19 Ag에 대한 심사 결과 전문가 7명 모두 만장일치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후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40만~60만명 규모를 넘나들자 지난 4월 식약처 체외진단의료기기 전문가위원회는 다시 개최됐다. 두 번째 심사에서 피씨엘 PCL SELF TEST- COVID19 Ag는 전문가 7명 전원 허용하는 것으로 의견이 뒤바뀌었다.

지난 2월 부적격 판정 당시 전문가회의록을 살펴보면 해외(모로코) 임상을 가장 문제로 삼았다. 한 위원은 “타액으로 시험하는 제품이 국내에 허가된 게 없는 상황에서 외국 임상을 지금 허가해주기는 무리가 있다”며 “정말 잘 돼왔다고 해도, 타액에 대한 것은 국내 임상으로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다른 위원은 “임상이 진행된 (해외)기관의 적격성이 미비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대했다.

이후 피씨엘은 2~3월 국내 임상을 다시 진행한 데이터를 제출했다. 4월 재개최된 전문가위원회에서는 이전 평가와 완전히 달라졌다. 한 전문가는 “민감도, 특이도가 좋아서 타액 검체를 자가검사제품으로 안 쓸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뿐만 아니라 “비인두 검체도 ct값 30이 넘으면 민감도가 50% 나오기도 쉽지 않아서, 결과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좋은 성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언급까지 나왔다. 즉 기존 비인두 제품보다 타액 검체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최초 부적합은 임상시험의 신뢰성이 가장 큰 사유였다. 국내 임상을 통해 임상자료의 신뢰성이 확보됐고, 이에 따라 분석적 임상적 성능이 적절해 허가가 된 것”이라며 “허가 전 허가 적절성에 대한 전문가위원회를 소집해 검토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피씨엘의 코로나19 타액 자가검사키트 ‘PCL SELF TEST- COVID19 Ag’는 이미 독일, 오스트리아, 태국 등 해외에서 2020년 연말부터 활용해왔다. 식약처 허가에 앞서 유럽에서 타액용 자가사용 CE(self-testing)에 대해 공식 인증을 획득하며 주목받았다. 유럽 자가사용 CE(Self-Testing) 인증의 경우 유럽 개별국가의 한시적인 사용승인이 아닌 유럽연합국가 전체에서 받은 정식 품목허가다. 유럽 개별국가의 추가 승인 없이 유럽 모든 약국,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판매 등 소비자 판매가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당시 오스트리아 주정부와 교육부가 15세 이하의 학생을 중심으로 피씨엘 타액 자가검사키트 사용량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주정부가 비교적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게 타액 자가검사키트를 공급한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다. 코 깊숙이 면봉을 넣어야 하는 비강용 자가검사키트는 콧구멍이 작은 아이들에게는 검체 채취 과정이 성인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반면 타액을 검체로 사용하는 피씨엘 PCL SELF TEST- COVID19 Ag는 용액통에 직접 침을 뱉어 시험약과 섞는 간단한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 29일에서야 피씨엘 타액 자가검사키트 허가가 나왔다. 이전까지 허가된 자가검사키트(9개)는 코안(비강)까지 면봉을 집어넣는 방식밖에 없었다. 국내 허가가 늦어지면서, 일부 맘카페에서는 피씨엘이 수출한 타액 자가검사키트를 역직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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