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책정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근거로 ‘거품 낀 거래일 수 있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어엿한 M&A 거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세컨더리에 일방적인 색안경을 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관계자들은 우려와 달리 세컨더리 거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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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조 유로(약 2670조원)의 자산(AUM)을 굴리는 아문디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빈센트 모티에르(Vincent Mortier)는 이달 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사모펀드가 가진 자산(매물)을 다른 사모펀드에 파는 행위(세컨더리)가 20~30배 수익을 내는 것은 어쩌면 폰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발언의 핵심이었다.
빈센트 CIO는 “상장 주식이나 채권 시장은 자산 가격의 변동을 매일 또는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쉽다”면서도 “PEF 운용사들의 자산은 회사 가치 상승이나 축소에 대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부풀려진 가격으로 서로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굴지의 자산운용사 수장의 공개 언급에 외신들도 주목했다.
세컨더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운용사 간 상생 방안을 찾으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M&A 시장을 잘 아는 PEF 운용사 간 협의를 발판 삼아 합리적인 비용으로 매물 인수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029960)(5000억원)을 비롯해 지난해 잡코리아(9000억원)와 투썸플레이스(8000억원), 해양에너지·서라벌도시가스(8000억원) 등의 세컨더리가 거래되며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국내 PEF 운용사인 글랜우드PE가 보유했던 PI첨단소재(178920)가 글로벌 PEF인 베어링PEA에 매각되면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세컨더리 이면에는 운용사별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먼저 모은 펀드) 설정이 늘면서 보유 자산이 늘어났지만 엑시트(자금회수)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 규모 M&A가 어그러질 경우 해당 PEF 운용사가 입을 치명타를 막아줄 수 하나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세컨더리가 어쩌면 절호의 찬스 일수도”
그도 그럴 것이 국내 PEF 시장은 해마다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공개한 ‘2021년 사모펀드 동향 및 시사점’을 보면 국내 PEF 펀드 수는 1060개로 전년(761개) 대비 2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약정액은 116조1000억원으로 전년(88조4679억원) 대비 20.1% 불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PEF 운용사와 자금이 불면서 세컨더리 기회도 그만큼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세컨더리 폰지 우려에 대해 PEF 업계에서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러 의견을 존중한다지만 ‘폭탄 돌리기’ 내지는 ‘다단계’라는 프레임을 씌워 단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세컨더리 경험이 있는 한 PEF 운용사 부대표는 “세컨더리는 동종업계 PEF 운용사 간 거래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인수를 협상하고 조율한다”며 “경쟁력 없는 매물을 인수할 경우에는 당장 해당 운용사가 문을 닫을 수 있을 판에 (폰지 언급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컨더리는 업계 평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두고두고 회자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5~10년 주기로 설정된 펀드로 매물을 사고팔아야 하는 흐름 상 성장 구간에 매물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앞선 폰지 우려와 달리 세컨더리가 ‘대박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형 증권사 자본시장 고위 담당자는 “세컨더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최근 자본 시장 흐름에서 봤을 때 크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PEF 운용사가 추구하는 밸류업(가치상향)은 보통 J커브 형태를 그리는 데, 성장이 무르익을 구간에 물건을 내놓는 경우에는 세컨더리 거래가 뜻밖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