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가 작년 8월부터 쏘아 올린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최대한 유지해가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뿐 아니라 외식비, 가공식품 등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면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3%를 넘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가 지난 7일부터 일주일 간 시장 참가자, 경제학계, 전·현직 한은 관계자 등 30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6.7%(11명)가 차기 총재의 주요 과제로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등 기존 정책 유지`를 꼽았다.
물가 안정이 금융 안정과 함께 한은의 양대 목표인데다가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올해 물가 상승률이 작년(2.5%) 보다 더 높을 수 있단 예상이 나오면서 물가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상단 예상치가 2%까지 오르고 추가 인상 시점 전망도 2분기로 앞당겨지고 있다. 차기 총재가 취임하자마자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단 관측이다.
`미국 등 주요국 통화긴축 정책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응답 비중은 20%(6명)로 집계돼 두 번째로 많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오는 3월로 점쳐지는 가운데, 미국 역시 기록적인 물가 급등세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편에선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13.3%·4명)도 나왔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성장세가 약해진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이자 부담 증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 등에 소비 여력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이에 `재정정책 및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조화도 중요하다`는 의견(13.3%·4명)도 많았다.
집값 하락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늘어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안정 대응`(10%·3명)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외에도 `기후변화 대응,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등 글로벌 흐름에 맞춰 새로운 과제들을 발굴해야 한다`는 응답(6.7%·2명)도 있었다.
한은법 정책목표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인 56.7%(17명)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고용 안정을 할 만한 통화정책 수단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관계자는 “목적 조항으로 고용 안정을 추가하면 시비거리만 많아지고 실제 도움이 안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현직 한은 관계자들만 놓고 봤을 때는 오히려 목적 조항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한은 관계자 8명 중 5명이 찬성했다. 찬성 입장을 밝힌 한은 관계자 중 한 명은 “청년실업 문제는 국가가 가장 고민하는 숙제로 한은도 마땅히 통화정책 입안 시 이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은 이미 물가 안정보다 고용을 (정책)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