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만 하더라도 이재명 후보를 앞서 나갔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배경은 무엇일까. 사람이다. 윤 후보는 11월 5일 제 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된 이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임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했지만 불발되었다.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상임위원장 자리에 임명되면서 김종인 카드는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2012년 대선과 2016년 총선 그리고 올해 보궐 선거에 이르기까지 선거 승리와 중도 견인의 마법사 역할을 해왔다. 또 한 사람이 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였다. 2030 MZ세대를 견인하며 지난 6월 전국적인 열풍 속에 최초의 30대 보수 정당 간판으로 등극한 인물이 이 대표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와 지속적인 충돌과 갈등 그리고 ‘패싱 논란’으로 잠적 행보를 이어가며 국민의힘 내부 파장은 더 커졌고 결국 중도층과 MZ세대 이탈로 윤 후보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윤 후보에게 중요한 사람은 딱 네 사람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이준석 당 대표,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다. 이번 대선은 자기 지지층을 단단히 결집시키면서 ‘엠 여 중(엠지세대 여성 중도층)’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해야 이기는 프레임 전쟁이다. ‘엠 여 중’ 지지층을 확보하는데 꼭 필요한 네 명의 지지와 협력을 얼마나 잘 끌어낼지가 윤석열 후보의 승부처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합류 결정으로 홍준표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연대 또는 단일화가 물 건너간다고 하더라도 윤 후보의 전략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래야 홍 의원을 지지하는 MZ세대와 안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재명 후보 역시 사람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경쟁력이 비슷해졌지만 여전히 이 후보는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기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발표되는 호남 지지율조차 역대 다른 민주당 본선 후보들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호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선 행보를 진행하고 있다. 역대 민주당 출신 대통령 당선자인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경우 호남 득표율은 압도적이었다. 당시 여론조사 판세 역시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왜 이 후보는 호남 지지율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층을 비롯해 사실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역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다.
이재명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잡아야 한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0월 26~28일 실시한 조사(응답률14% 나머지 개요는 앞서 언급한 조사와 동일)에서 ‘역대 대통령의 공과’를 물어본 결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가장 높았고 부정 평가는 평가 대상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낮았다. 호남의 평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재명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했고 이어가려 한다는 진단은 나오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다. 호남 출신의 유일한 대통령이었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인들의 마음은 각별하다. 이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잡아야 한다.
이번 대선은 철저하게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인물 간 대결이다. 하지만 선거 전략상 속사정은 다르다. 윤 후보는 최대한 정권 교체 여론을 부각시켜야 하고 이재명 후보는 이 후보로 인해 달라지는 민주당과 미래 국정 운영을 강조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변수가 사람이다. 윤 후보는 김종인, 이준석, 홍준표, 안철수 네 사람을 꼭 잡아야 하고 이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사람을 붙들어야만 한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미래 운명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가까운 곳에 있는 핵심적인 인물을 잘 잡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