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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3지대 후보의 약점으로 조직력이 꼽힌다. 기성 정치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존 인사들을 배제하고 조직을 꾸린 탓이다. 이는 정치권의 집중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기업인 출신으로 대선에 도전했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대표적이다. 두 후보 모두 대선을 완주했지만 실패했다. 또 지난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역시 여야 기성정치권의 공세에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라고 반발하며 20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단일화 과정의 진통도 반복됐다.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전 국민통합21 후보는 한일월드컵 4강 열기를 바탕으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이 진통을 겪으며 정 전 대표의 인기는 급락했고, 결국 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제18대 대선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대중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대선 석 달을 앞두고 출마를 선언한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현 국민의당 대표)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다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양강 구도가 공고한 차기 대선 역시 이변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 약간의 변수 때문에 이전과 다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망된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제일 강력한 제3후보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제3지대에 대한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됐다”며 “1,2당 후보들에게 사법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 해서 출마한 것이지 그게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양당 구조로 회귀하면서 제3후보의 지지율은 시간이 갈수록 꺼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에 거론되는 제3후보들이 과거 인물들보다 파괴력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거대 양당 구도로 붙는 이번 대선에서는 약 5%의 득표력을 갖는 제3후보가 특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막판 어떤 형태의 연대가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