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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국제유가가 4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7년 만의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어느덧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1.8% 급등한 배럴당 78.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근래 4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WTI 가격은 지난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WTI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79.48달러까지 치솟았다. 80달러에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유가는 수급상 너무 올라도 문제이고, 너무 내려도 문제다. 원유시장에서는 딱 적정한 가격 수준인 이른바 ‘스위스 스폿’을 배럴당 50~60달러대로 보고 있는데, 현재 유가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유가 우상향 재료가 더 많아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유가가 뛰는 건 공급난 탓이다. 허리케인 피해로 인해 멕시코만 일대 생산 회복이 더딘 와중에 주요 산유국들이 추가 증산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전날 석유장관 회의를 통해 “11월에도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OPEC+가 증산량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이는 빗나간 것이다.
서드 브릿지의 피터 맥날리 원자재 담당 대표는 “(증산량이 부족한 만큼) 원유 재고는 당분간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가 산유량을 결정하는 다음 회의는 11월 4일로 예정돼 있다. 이때까지는 원유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연말로 가면서 수요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카르스텐 프리치 원자재 담당 분석가는 “4분기 원유 수요는 예상보다 견조할 것”이라며 “대규모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90달러 안팎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WTI 연말 전망치를 87달러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