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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에서 아이돌을 소재로 한 뮤지컬 제작이 시도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09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룹 빅뱅의 자서전 ‘세상에 너를 소리쳐’를 원작으로 하는 창작뮤지컬 ‘샤우팅!’이 제작됐다. 멤버 승리, 대성을 캐스팅해 기대를 모았으나 개막 직전 교통사고로 대성의 출연이 무산됐고, 작품 자체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등 일종의 ‘흑역사’로 남았다.
오히려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제대로 된 뮤지컬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출신 작가 제이슨 김이 극본을 쓰고 작곡가 헬렌 박, 맥스 버논이 작곡과 작사로 참여한 뮤지컬 ‘케이팝’(K-POP)이 최근 브로드웨이 초연을 위안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한국 대형기획사가 K팝 가수를 훈련시켜 미국 시장에 진출시키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2017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이돌과 뮤지컬이 윈윈하기 위해선 뮤지컬이 먼저 자신의 색깔을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K팝 음악을 빌린 뮤지컬을 제작하는 것을 넘어서 K팝과 뮤지컬 장르간의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 교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케이팝’처럼 우리 뮤지컬 시장도 K팝 문화를 뮤지컬 안으로 가지고 와 각 장르가 결합된 새로운 또 하나의 ‘뮤지컬’을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창작뮤지컬이라는 기존의 색깔에서 벗어나 아이돌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향해 가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