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머지포인트 사태는 ‘탐욕적 자본주의’의 단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커머스 사업자뿐 아니라 금융회사 모두 자신의 ‘배(이익)’를 채우기 위해 적절한 검증 없이 소비자들에게 머지포인트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실제 머지플러스가 약 100만명(누적 가입자수 기준)을 끌어모으고 약 1000억원 규모의 포인트를 발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한 신뢰를 쌓고 8만개에 이르는 제휴가맹점을 확보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물건을 싼값에 구매하려는 소비자까지 가세하자 머지플러스는 이들의 탐욕을 먹으며 덩치를 키웠다.
머지플러스 구독 연간권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한 하나멤버스뿐 아니라 KB국민카드도 머지포인트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하반기에 출시하기 위해 지난 6월 머지플러스와 제휴했다. 금융회사들이 머지플러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 셈이다. 커머스 기업들도 머지플러스에 대한 일종의 ‘보증’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편의점 이용시 10% 통신사 할인과 함께 머지머니 21%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은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고객 유치와 수익 확대를 위해 머지포인트를 총알로 사용한 것이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지만 당장 대책 마련은 요원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조사하겠다고 예고한 60여개 업체 조차 금융감독원 관리 감독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유형 상품권은 각종 선물과 구매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매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조2016억원의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2019년 3조3239억원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까지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ICT 산업의 발전 속도에 맞춰 실효성 있는 신유형 상품권 규제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발전속도에 비해 관련 규제 법안은 여전히 낡아 있어서다. 과거 외환위기 직후 폐지됐던 백화점상품권법을 새롭게 정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상품권 발행업은 상품권법 폐지 이후 정확한 소관부처가 없다는 점에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다. 사실상 상품권 발행을 제재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상품권 발행사 파산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이나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금융사 및 유통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선불 충전금의 외부예치 의무화, 고객의 우선변제권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조속히 논의·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소비자가 또다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기업들의 탐욕을 통제할만한 전방위적인 안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