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이 의도했던 목표와는 반대로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연구 논문이 나왔다. 석병훈(이화여대)·유혜미(한양대) 교수는 ‘한국 주택정책의 장기 효과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이달 초 발간된 한국경제학회 학술지 ‘한국경제 리뷰’에 발표했다. 석 교수등은 문 정부의 수요억제 정책을 보유세 인상과 취득세 인상, 주택담보대출 비율(LTV) 규제 등 3가지로 구분해 각각의 요인이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수요억제 정책이 수요가 아니라 주택 공급을 2.85%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내 주목된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은 정책의 목표와 결과가 왜 어긋나게 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문 정부는 2017년 출범 초기부터 줄곧 부동산 세금을 올리는 정책을 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가구1주택 비과세 요건 강화, 종부세 및 취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조치들은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무겁게 하는 것으로 조세 형평의 관점에서는 문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한다. 그러나 증세가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다. 공정을 위한 정책이 집값 안정까지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제 또 부동산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냈다. “지금이 고점으로 향후 집값 하락이 예상되니 추격 매수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집값 폭등의 책임을 투기 행위자들에게 돌리며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외면했다. 투기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일부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이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 실패에 있음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문 정부는 2·4대책 이후 공급확대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여전히 증세와 대출규제를 골자로 하는 기존의 수요억제 정책을 틀어쥐고 있다. 이는 한쪽에서는 공급을 늘리고 다른 쪽에서는 공급을 줄이는 정책을 펴는 것과 같다. 이런 식으로는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 정부는 부동산 증세와 대출 규제 조치를 과감히 버리고 출범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