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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36% 올라 3305.21을 기록,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 초 이후 15.0% 상승이다. 해당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를 17조7607억원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도 이날까지 3051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로 11조5677억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우(005935)까지 합치면 15조2892억원이다. 이는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 금액의 85.5%를 차지한다.
외국인이 코스피를 순매수할 때도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크다. 지난해 11월 외국인은 코스피를 4조9938억원, 삼성전자는 1조4366억원 각각 순매수해 비중은 28.8%로 집계된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산다는 게 곧 삼성전자를 산다는 것이고, 삼성전자를 사는 게 귀환으로까지 얘기되는 이유다. 실제 올해 아이셰어즈 MSCI 한국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액은 약 11억달러 감소를 기록했고, 지난 2월 초 유입된 이후 이날까지 계속 유출되고 있다. 외국인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 삼성전자도 소외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 “인플레의 방향 바뀌어…테크 비중 높은 코스피 여건 좋아”
다만 외국인의 삼성전자, 코스피 순매도가 저점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어서다. 경기 회복의 척도인 물가상승률이 둔화돼 경기민감주에서 성장주로 시장 색깔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브라질, 등 원자재 관련 신흥국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증가했는데, 글로벌 인플레의 방향에 따라 한국, 대만 등 테크 중심의 신흥국과 브라질, 남아공, 중동 등 원자재 중심 신흥국의 선호가 엇갈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0%였고 6월엔 4.9%로 예상돼 인플레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며 “테크 업종의 센티먼트가 좋아질 수 있고 곧 테크 업종의 비중이 높은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 개선이 나올 수 있어, 삼성전자를 채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표 기술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인(ETF) KODEX 미국FANG플러스(H)(314250)는 지난 5월 14일 이후 상승 추세로 접어들었다. 이날까지 16.3%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5월 12일 상승으로 방향을 튼 뒤 11.4% 상승했다. 박 연구원이 설명한 대로 미국의 CPI가 고점을 찍고 둔화할 때와 맞물려 IT 관련주들이 오른 것이다.
삼성전자 자체도 외국인을 맞이하기 위한 채비를 했단 평가다. 기업의 정체성을 경기민감주 영역에 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성장주에 속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바꾸면서, 성장주를 사려는 외국인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단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메모리 사이클의 상단에서 자본적 지출(CAPEX)을 하지 않은 게, 얼마 뒤 사이클 하단을 맞을 때 역효과(투기 수요를 키워 하락을 가속화)를 본 후, 의도적으로 경기에 휘둘리지 않게끔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디램에서 번 돈을 비메모리, 폴더블폰, 차세대TV에 투자하면서 성장주 전략을 펴고 있다”고 짚었다.
◇ 코스피, 성장주 조건 통과지만 신흥국 조건은 아직
문제는 외국인 귀환과 삼성전자 반등이 언제 올 것이냐다. 이날 삼성전자는 8만1200원으로 마감, 지난 1월 11일 최고가 9만1000원을 하회하고 있다. 올해 수익률은 2.17% 하락이다.
답은 삼성전자와 비교되는 TSMC도 부진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TSMC는 올 들어 10.45% 올랐으나 대만 지수 20.21%는 하회했다. 5월 중순 이후 글로벌 증시는 성장주가 주도권을 잡고 미국의 IT주는 올랐으나, 신흥국 기술주는 반등하지 않은 걸로 해석된다. 결국 외국인이 생각하는 걸림돌은 삼성전자가 성장주냐 아니냐는 것보단 신흥국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는 같은 운명으로, 둘은 신흥국 및 성장주의 센티멘트를 공유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성장주는 좋지만 신흥국은 아직 싫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한국도 백신 접종률이 선진국만큼 올라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