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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제주맥주 '독자 노선'에…맥주업계 엇갈린 시선

김범준 기자I 2021.05.20 05:30:00

제주맥주, 26일 코스닥 상장…최대 268억원 조달
수제맥주 ''전국·대형화'' 첫 사례…OEM 적극 추진
''덩치'' 커졌지만 수년째 적자, 차입금의존도 높아
지속경영 안정성 약한데 ''몸값 올리기'' 혈안 우려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국내 대표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 브랜드 ‘제주맥주’가 이달 말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 영세 양조장을 기반으로 하는 수제맥주가 처음 중소벤처기업부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 선정되고 기업공개(IPO)를 하며 전국화 및 대형화를 추진하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주류업계에서는 제주맥주의 ‘독자 노선’이 자칫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며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 판매대에 제주맥주 ‘제주펠롱에일’ 캔맥주 제품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이달 26일 코스닥 상장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청구한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최근 통과했다. 제주맥주는 상장을 통해 총 836만2000주를 공모할 방침이다. 이날 확정한 공모가는 주당 3200원으로, 이를 통해 약 268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3~14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 일반 청약은 약 174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약 5조8000억원의 증거금이 모이기도 했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5년 미국 뉴욕 유명 수제맥주사 ‘브루클린’과 합작 설립한 국내 최초 글로벌 수제맥주 회사다. 제주 한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제주슬라이스’ 등을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선정한 ‘2020년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 지원 프로그램’ 최종 기업이기도 하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점유율 28.4%을 기록한 1위 업체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는 IPO를 앞두고 “코스닥 시장 상장을 계기로 연구·개발(R&D)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양조장 설비 및 인력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아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통 주류 제조사와 수제맥주업계 안팎에서는 이와 같은 제주맥주의 빠른 ‘몸집 불리기’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따르는 분위기다.

우선 같은 수제맥주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과 규모 등 여러모로 1위 업체인 제주맥주가 독자 노선을 구축하는 데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대표 회원사인 제주맥주가 최근 협회장 자리를 넘긴 데 이어, 이달 17~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맥주산업박람회(KIBEX) 2021’에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불참했다.

또 수제맥주업계에서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식당·주점 영업제한에 따른 보완책으로 온라인 판매 허용을 입을 모아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이미 몸집이 커지고 인지도가 있는 제주맥주는 조금 노선이 다르다. 오히려 주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가능해진 수제맥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전국화·대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수제맥주 클러스터’로 조성할 롯데칠성음료 충주 맥주1공장 내부 모습.(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영세 수제맥주 업체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생산물량 소화와 규모적 협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형 주류회사 공장을 통한 OEM 길이 열렸어도 이를 쉽게 활용하기 어렵다. 기존 주류업계에서도 제주맥주의 노골적인 전국화·대형화 추진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더 이상 지역 특색을 살린 수제맥주가 아닌, 기성맥주로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주맥주가 출범 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차입금의존도(지난해 말 기준 54.3%)와 영업순손실(-114억원)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테슬라(이익미실현) 요건’ 상장제도를 통한 특례상장을 택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렇듯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외형적 몸집 불리기와 IPO 수순을 밟는 것을 두고 결국 지속경영보다는 인수·합병(M&A)시장 매각을 목표로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따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제주맥주가 공격적인 마케팅과 전국화 영업 전략으로 외형적 급성장을 이뤘지만 내실과 안정성은 아직 불안하다는 평가가 많다”며 “상장으로 투자보다는 몸값을 키워 ‘엑시트’(자금 회수)로 이어지는 수순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자칫 업계 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그동안 없었던 사례라 양쪽(주류업계와 수제맥주업계)으로부터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긴 하지만, 수제맥주라고 언제까지 소규모로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출시 이래 연평균 147.9%의 성장률과 지난해 매출 335억원 등 지속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여러 자금 및 영업 상황들을 고려해 점차 차입금 의존도를 낮춰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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