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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삼국지연의)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후한 말 난세에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를 담은 삼국지는 의리, 우애, 배신 등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특히 삼국지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영웅들의 모습은 현대사회에 적용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고 배울점들이 많아 ‘인생의 교과서’로 불리기도 한다. 중국내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설이지만 여러 인간사를 함축한 만큼 그 자체로 읽을 가치가 있다.
삼국지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때문이다. 과거엔 위·촉·오를 다스린 유비, 조조, 손권 등 3명의 영웅에게 초점이 맞춰졌지만 현재는 이들을 보좌한 다양한 장수들과 참모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전장의 형세를 180도 바꿀 수 있는 참모는 그 누구보다 매력적이면서 무서운 존재다. 레진이 최근 리메이크해 연재 중인 웹툰 ‘삼국지 가후전 R’에 나오는 참모 가후도 이 중 하나다.
가후는 많은 영웅들의 참모를 거쳐 마지막엔 간웅 조조의 책모가로 활약한 인물이다. 삼국지 소설에선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가끔 번뜩이는 책략으로 조조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역할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레진 ‘삼국지 가후전 R’은 이 같은 가후의 이야기를 가후의 시점에서 풀어나간다. 유비, 조조, 손권의 시점이 아닌 참모 가후의 눈으로 풀어가는 후한 말 삼국시대의 이야기다. 때문에 전체적인 삼국지 스토리 보다는 가후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 웹툰은 마사토끼 작가가 스토리를 썼다. 마사토끼 작가 특유의 내용 전개가 눈에 띈다. 독자들로 하여금 꽤나 생각을 하게끔하는 추리 요소들이 곳곳에 들어있다. 그러면서 가후의 행동에 대해 독자 스스로 옳고 그름을 고민하게 만든다. 삼국지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가후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만큼 배경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내용의 깊이는 일반 삼국지보다 더 깊어졌다. 삼국지를 주제로 이처럼 다양한 파생 이야기를 구상하는 작가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과거 오리지널 웹툰에서는 배민수 작가가 작화를 담당했으며 리메이크 웹툰에선 작화 담당이 입개로 바뀌었다. 오리지널 가후전은 레진에서 2013년부터 연재되다 2015년 6월 65화를 끝으로 중단됐다. 이후 2019년 8월부터 ‘삼국지 가후전 R’로 다시 연재 중이다. 삼국지 속 영웅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현대의 시각으로 풀이한만큼 삼국지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