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마이클 피오레(80)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는 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향후 수개월간 백신을 개발하지 못하거나 전염병을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 재가동을 시도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렇게 말했다. 피오레 교수는 MIT 산업성과센터(IPC) 대표, 미국 사회경제발전학회장 등을 지낸 노동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석학이다.
피오레 교수의 언급은 경제 회복보다 방역 강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점차 풀고 있는 흐름을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92만61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경제 재가동 시기는 최근 전세계 최대 화두다. 뉴욕 증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제 재가동 기대감에 힘입어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피오레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는 당분간 백신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단순히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걸 넘어 대량으로 유통·생산하는 체제를 갖추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FDA·NIH·CDC의 실패, 회자 될 것”
그는 그 연장선상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실패”이라고 잘라말했다. 피오레 교수는 “의학과 생물학을 관할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립보건원(NIH), 질병관리본부(CDC) 등 미국 정부의 대응 실패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 회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피오레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내다보는 건 너무 어렵다”는 전제를 깔며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을 ‘국가 차원의 거대한 실험(national experiments)’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가올 몇 가지 포인트를 짚었다. 그 중 첫 번째가 방역정책을 강화할 의학과 생물학의 중요성이다. 피오레 교수는 “재택 근무와 원거리 통신의 확산은 가속화할 것”이라면서도 “광범위하게 보면 IT가 (포스트 코로나를 선도할 정도로) 크게 떠오르지는 않는 대신 바이오는 급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특히 공공정책 분야에서 의학과 생물학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행정부 내의 전염병 예방정책 비중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민간 영역에서 ‘눈에 보이는’ IT의 발달 이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염병의 방지가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프쇼어링 대신 리쇼어링 시대 온다”
피오레 교수는 아울러 코로나19 이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상식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일례로 “IT가 산업 전반을 이끌 것이라는 건 이번 위기 이전의 시각”이라는 게 피오레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또 ‘오프쇼어링(offshoringㆍ생산기지 해외 이전)’ 대신 ‘리쇼어링(reshoring·생산기지 본국 유턴)’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 나라는 점차 해외시장에 진출하기보다 국경을 아예 닫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생산비용을 줄이려는 경제학적 상식이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비용이 올라가면 결국 소비자가 접하는 가격이 높아지는 맹점이 있지만, 그보다 각국이 산업 주권을 지키려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진다는 게 피오레 교수의 진단이다.
피오레 교수는 인터뷰 내내 이번 위기는 전례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경제위기의 양상을 2008년 금융위기, 1930년대 대공황과 직접 비교하는 건 아직 섣부른 것”이라며 “경제 충격이 과거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피오레 교수는…
△1940년생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전미경제학회 집행위원 △MIT 산업성과센터(IPC) 대표 △미국 사회경제발전학회(SASE) 회장 △MIT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