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넘겨받기 현금 거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정은 기자I 2019.02.22 00:10:34

매 학기 반복되는 ''수강신청 대란''
''수강권'' 얻기 위해 구체적인 현금 액수까지 밝혀 논란
개인의 자유라는 입장과 맞서
학생들 요구 사항 반영 못한 학내 시스템 지적도

(사진=이미지투데이)


“한 번의 클릭이 한 학기를 좌우 한다” 대학생 김가영(가명. 23) 씨는 “개강을 앞둔 대학생에게 수강신청은 한 학기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수강신청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러다보니 매학기 초 일어나는 ‘수강신청 대란’에 인기 수업을 수강하기 위해 현금을 제시하고 사고파는 학생들까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점과 취업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회 구조상 학점을 잘 주는 인기 강의 등에 학생들이 몰려 결국 수업을 사고 파는 형태까지 나타난 상황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법률 관련 전문가들은 '수업 현금 거래'는 대학에 대한 업무 방해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서울 모 대학 커뮤니티 캡쳐)


이 같은 원인으로 숭실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요구하는 수업의 수가 적기 때문"이라며 학교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숭실대 총학생회는 전임교원 확충과 여석 확대를 위해 학교와 꾸준히 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명호 교수는 "발표 수업 같은 경우 강의 평가 점수가 확연히 떨어진다"며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들은 사실 학점을 잘 주는 강의"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임 교수는 "학생들의 자정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학점 잘 주는 혹은 듣기 편한 강의는 학점과 취업이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원인을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수강신청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학 측 대응책도 미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서울 모 대학 커뮤니티 글 캡쳐)


실제 '수업 넘겨받기'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현금 사례'에 불쾌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 최근 졸업 전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 수강 신청에 실패한 4학년 윤다형(가명. 25) 씨는 학내 커뮤니티에 수업을 취소할 사람을 찾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예전에는 수업을 교환하거나 수업을 취소할 때 알려주면 고마움 표시로 간단한 사례를 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현금을 제시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하물며 시장 상품인 티켓도 후에 돈 주고 거래하는 행위는 불법인데 수강신청 후에 학생들 사이에서 돈을 주고 수업을 거래하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수강신청 기간 전후 대학들의 학내 커뮤니티에는 수업 교환이나 수업을 넘겨받기를 희망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특히 대부분의 관련 글에는 ‘사례 있음’ 혹은 ‘사례 많이’ 등 ‘사례’를 강조한 내용이 많았다. 사례는 각종 ‘기프티콘’부터 ‘스타벅스 현금 카드에 넉넉하게 현금 충전’, ‘현금 5까지 생각’ 등 다양했다. 이 중 몇몇 학생들은 ‘현금 사례’에 불쾌감을 느꼈다. 이전부터 수강신청을 실패한 학생들이 수업을 교환하거나 넘겨받는 일이 종종 있어 사례로 커피 한 잔등 가벼운 감사 표시를 전했지만 이제는 현금이 전면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수업을 넘겨 주면 '기프티콘' 사례를 하겠다고 글을 올린 대학생 김신우(가명. 24) 씨는 “현금 사례 글을 본 적이 있다”며 “수업을 넘겨주는 사람의 취향을 모르니까 현금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별다른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정 수업 수강이 절박한 만큼 사례를 해주고 싶어 하는 거 같다”며 “특히 그 수업이 교수님이 추가로 인원을 안 받아주거나 인기가 많다면 더욱 그럴 거 같아 사례 방법은 개인의 자유"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서울 모 대학 커뮤니티 글 캡쳐)


한편 학생들 간 '수업 넘겨받기' 현금 거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업 넘겨받기’의 보답으로 현금을 내세우는 분위기에 자신도 현금을 사례로 제시했다 결국 글을 삭제한 대학생 김민주(여. 25) 씨는 “다른 학우들이 사례로 5만 원 등 현금 액수를 밝히니까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싶어 글을 올렸다”면서 “근데 같은 학생끼리 선착순으로 클릭하는 ‘수강권’을 사고파는 분위기를 만드는 거 자체가 별로”라고 생각해 다시 글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수업을 대상으로 몇 만 원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금액이 더 올라가 암표 시장처럼 될 수도 있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수업 넘겨받기' 현금 거래 논란에 대해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수업을 신청한 후 학생들 간 거래를 하는 경우는 대학이 원래 의도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대학에 대한 업무 방해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며 "수업 거래를 통해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경우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업 거래는 암표 불법 거래와 비슷한 상황이라 문제가 될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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