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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하자 후분양으로 우회
과천시 중앙동에서 공급하는 ‘과천 더 퍼스트 푸르지오 써밋’(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은 지난달 조합 총회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일반분양에 나서기로 확정했다. 지난해 조합 측과 HUG 간 분양가 책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분양 시기를 끌어오다 결국 선분양을 포기하고 후분양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HUG는 조합이 제시한 3.3㎡당 3313만원의 분양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분양 보증 발급을 거부했다.
이미 작년 9월부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9개층, 총 32개동 규모로 전체 1571가구 중 509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조합 측은 “전체 공정률 80%를 넘어서는 올 하반기에 일반분양할 예정”이라며 “현재 주변 단지 시세가 3.3㎡당 3000만원 중·후반을 넘는데 분양할 즈음에는 4000만원 안팎까지도 고려해볼만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주택사업자가 아파트를 선분양하기 위해 HUG로부터 반드시 분양 보증을 받아야 한다. 분양 보증을 받지 못할 경우 아예 분양을 할 수 없다. 이는 주택사업자가 아파트를 짓는 도중에 유동성 위기 등으로 부도가 나도 HUG가 시공 및 분양 대금 환급을 책임지는 등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다. HUG는 이처럼 분양보증을 통해 서울과 과천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는 사실상의 분양가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공정의 3분의 2 이상이 지난 후분양의 경우에는 HUG의 보증없이 시공사 연대보증만 있어도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어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벗어날 수 있다. 즉 분양가 책정에서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HUG 관계자는 “아파트를 100% 다 지어 팔기 전에는 주택 공급자는 반드시 분양보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전체 공정률이 60%를 넘어서면 시공사 연대보증도 가능능하고, 이 경우엔 HUG 분양보증 심사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한강변의 알짜 땅으로 평가받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도 최근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단지는 신반포3차, 신반포 23차, 반포경남, 우정에쉐르(1·2차), 경남상가 등 총 5개 단지를 통합 재건축해 기존의 2433가구를 허물고 총 2971가구로 지을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말 이주를 100% 마쳤고, 오는 9월쯤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 1월 열린 조합 총회에서 후분양 방식을 공식화했다”며 “이르면 연말에 조합원 동·호수 추첨을 진행하면서 후분양 방식에 대한 조합원 의결을 받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아파트가 후분양을 할 경우 3.3㎡당 분양가격이 5000만원을 넘기며 서울 내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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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3차·경남아파트가 후분양을 선택할 경우 주변 재건축 단지들도 선분양 대신 후분양으로 사업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초구에선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반포(한신)4지구’ 등의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최근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시공사와 건설사와 입장이 양분화되고 있다. 신반포4지구 조합 관계자는 “후분양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시공사와의 조율도 필요해 당장 확답할 수 없다”며 “HUG의 분양보증을 대신할 경우 반드시 시공사의 연대보증이 있어야 하는데, 시공사가 이를 응하지 않을 경우 후분양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부동산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은 “원칙적으로 아파트값 하락기에는 선분양이 유리하고, 가격 상승기에는 후분양할 때 수익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며 “다만 시장 침체기에 선분양 결과가 좋지 않아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리스크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공사와 조합간 셈법도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