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중견기업 전문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이하 유니슨)이 경영권을 인수한 ‘공차’와 건강기능식품업체 ‘에프앤디넷’은 모두 고용창출 효과로 수상을 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해 인력을 감축하고 구조조정한다는 생각은 낡은 편견이다.
외국계 사모펀드인 유니슨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골드만삭스 뱅커로 출발해 제일모직 M&A(인수합병)팀을 거쳐 4년전 유니슨에 합류한 홍희주(사진) 상무는 사모펀드 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실무 인력이다.
◇오너십을 가지고 기업을 변화시키는 재미
지난 4일 서울 강남에서 홍 상무를 만났다. 그는 “기존 투자사인 공차, 에프앤디넷 모니터링과 신규 투자처 두 건이 맞물려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며 “사모펀드로 이직한 이후 오너십을 가지고 바이(buy) 사이드에서 일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삼성생명 IPO,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프라다의 홍콩증시 IPO 등 빅딜을 한 경험은 큰 자양분이 됐다. 하지만 자문사로서의 한계는 벗어날 수 었었다. 고객사에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대안을 알려줄 순 있지만 직접 실행할 순 없다.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아 M&A를 한 이후의 향방은 순전히 해당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는 다르다. 오너십을 가지고 실제 기업을 변화시켜야 한다. 자문사가 제시하는 철학과 비전 등 이론이 아닌 직접 현실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가 골드만에서 제일모직 M&A팀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도 직접 인수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짧은 2년 동안 딜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인수자 관점의 M&A 세계를 직접 경험하는 배움의 시간이 됐다.
2014년 유니슨 입사 이후 첫 딜은 F&B 업계 공차코리아다. 국민연금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유니슨은 첫 딜로 공차코리아를 선택했다. 1인 대표에 의해 운영되던 공차의 경영권을 인수해 조직을 시스템화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상무는 공차 투자 검토부터 실무를 담당했다. 실무자로서 그의 역할은 파트너급과 다르다. 투자의 기회와 리스크를 판단하고, 베팅하기로 한 기업에는 머릿속의 투자논거가 실현되도록 매일 고민하고 발로 뛰어야 한다.
◇사모펀드가 떠나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회사
홍 상무는 사모펀드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를 상시 확인 하는 것”이라며 “세부 실행에 대해서는 기업 임직원들을 믿고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빠른 결실은 두번째 투자 기업 구르메 F&B를 통해서였다. 홍 상무는 그의 롤모델과도 같은 신선화 파트너와 함께 ‘한단계 더 도약한 구르메’를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의 궁극적 목표는 전문경영인이 바뀌어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오너 중심의 중소.중견기업은 대다수 대표에게 의존적이다.
홍 상무는 성과보상과 의사결정 시스템을 강조했다. 그는 “오너 중심 기업은 그의 주관대로 성과가 지급되고 의사결정이 한명에게 의존적일 수 있다”며 “직원들의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 시스템을 만들고 다수가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직원이 이끄는 회사가 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끝에 유니슨은 불과 1년만에 구르메를 2배 이상의 가격에 매각했다. 유니슨의 첫 엑시트였고 투자부터 매각까지 완주한 그의 첫 성공 사례이기도 했다.
투자검토부터 운용 그리고 최종 엑시트까지 중견 사모펀드의 운용역은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다. 그는 “투자, 운용, 매각 등이 전문화되고 세분화 된 대형 운용사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며 “여러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업계 드문 여성으로 애로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소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다”며 “남성과는 다른 매력이 있고 소비재나 유통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