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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언급한 이후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이에 동조하듯 ‘수수료 제로 ○○페이’를 공약하며 큰북을 울려댔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올 하반기에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소상공인페이)을 구축해 결제수수료를 0%대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여당을 필두로 온라인 가맹점 수수료 우대, 소액결제 수수료 면제 혹은 우대 등 수수료 인하와 관련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 개정안을 14건 발의한 상태다. 특히 올해는 3년마다 진행되는 수수료 원가 재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기획재정부와 중기벤처부 등이 관련 태스크포스(TF)에 참가해 내년부터 적용할 새 수수료율뿐만 아니라 영세중소가맹점 범위, 의무수납제 폐지 등을 함께 다룰 방침이다. 정부, 여당, 지자체,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전방위로 카드수수료 압력을 가하면서 카드사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카드론(신용대출), 현금서비스 등 대출금리 인하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카드사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실제 골목상권 또는 영세자영업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카드 수수료 인하가 대책으로 거론되면서 지난 10년간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실질적으로 9차례 인하됐다. 그 결과 2007년 4.5%였던 카드 수수료율 상한이 현재 0.8~2.3% 수준까지 낮아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7개 주요 카드사의 카드손익률은 2013년 9.9%에서 지난해 7.9%로 크게 낮아졌다. 당기순이익도 지난 2014년 총 2조 719억원에서 2016년 1조 8761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대손비용이 감소하면서 겨우 2조원대를 회복했다. 카드 시장 규모와 카드 이용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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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수치보다 더 혹독하다. 대부분 카드사 사장들은 구체적인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고음이 울리는 현실을 앞에 두고 차마 발길을 뗄 수 없어서다. 일부 하위권 카드사의 경우 외부 입김에 자칫 성장판이 닫혀 영원히 하위권에 머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벼랑 끝까지 내몰리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며 “정치권이 중소 자영업자에 매몰돼 카드업계 및 PG사 등 유관 업계 종사자들의 어려움은 보지를 못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비까지 쥐어짜 수수료를 내리라는 일각의 요구는 카드사 간 경쟁을 내팽개치라는 말과 같다”며 “머지않아 도산하는 카드사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어 혹시 우리 회사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시름이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