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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수입과 관련 미국 상무부는 △모든 수출국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최소 24% 관세 부과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 국가에 대해 53% 관세 부과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하는 쿼터 설정 등 세개 안을 백악관에 권고하고 나섰다. 오는 4월11일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한국산 철강 대미 수출 11.2% “직격탄 피할 수 없어”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의 대미 수출은 총 355만t으로 전체 수출규모의 11.2%를 차지했다. 역대 최대 수출규모를 기록한 2014년 571만t 대비 큰 폭 줄어든 수준으로, 전년도인 2016년 374만t에 비해서도 약 20만t 줄며 매년 축소 흐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미 반덩핌 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등 미국의 다양한 보호무역조치에 따라 대미 수출 규모는 축소 흐름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10% 이상의 수출 의존도를 갖추고 있는만큼 이번 무역확장법232조가 발동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에 입을 타격은 명확하다. 특히 철강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부 권고안 중 일부 국가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2안을 선택할 경우 사실상 우리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길은 막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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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 확대 더 큰 문제…美 제외한 국가들과 사전공조 절실”
문제는 이번 보호무역주의가 자칫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 상무부는 이번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232조 보고서 발표 직후 이에 대한 보복조치를 시사하고 나선 상황이다. 중국과 함께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에서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한 또 다른 보호무역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가 미국 이외 국가들과 치밀한 사전 공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앞선 철강업계 관계자는 “앞서 미국이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조치를 펼치면서 이미 중국이나 EU 역시 이를 뒤따르는 모습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다시한번 극단적 조치를 취할 경우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 역시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은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결정전 사전공조가 중요하다”며 “철강뿐 아니라 다른 아이템까지 이런 기조가 확산될 수 있으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가장 두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와 업계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소송이 꼽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실효성마저 보장하기 어렵다. 당장 이번 미국 정부의 무역확장법232조 발동에 대한 고려 자체가 이미 WTO의 철강제품 무관세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WTO 제소 역시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보호무역 기조와 관련 WTO를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계속 표명하고 있다”며 “한국 철강업계는 그동안 부당한 무역규제가 있을 때 WTO에 제소해 문제를 풀어왔는데, 만약 WTO 체제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면 더이상 우리가 기댈 곳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백운규 장관 주재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 발표와 관련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일단 미국 정부가 최종 안을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날 자리에서 구체적 대응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민관은 “시나리오별로 우리 대미 수출 파급효과에 대해 정밀 분석한 후, 피해 최소화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