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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SF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단박에 믿겠다. 주인공은 모기다. 머리고 몸통이고 다리고, 마디마디 붙이고 이은 모양이 이보다 정교할 순 없다. 무엇보다 크기로 압도한다. 길이 70㎝ 높이 90㎝. 한 번 구경도 못한 ‘대왕모기’다.
작가 민경익은 생명체의 삶과 죽음을 조각한다. 유전적으로 똑같은 생물을 얻는 기술인 ‘클로닝’ 리포트라 이름 붙인 점토조각이 시작이었다.
‘모기’(Cloning Report-Digilog Mosquito USB·2016)는 그 진화한 형태가 아닌가 싶다. 첨단 DNA를 USB에 저장한 모기를 통해 후대에 부활하려는 인간의 욕망까지 겹쳐냈다고 할까.
흙·강철을 골격으로 LED램프·전자부품까지 총동원했다. 태초에 모기를 위해 존재했던 소재인 양, 완벽하게 조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