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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세 거래 증가는 집값 상승기에 전세를 끼고 주택 구매에 나선 이른바 ‘갭투자’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임대차시장이 월세로 전환되는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월세시대’ 한풀 꺾이나
월세 거래는 올 들어 내림세로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 3월 47.1%에서 지난달 44.6%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 비중도 38.1%에서 31.8%까지 낮아졌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 전세 거래량은 전년 대비 2.6% 늘어난 반면 월세 거래는 1.1%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전세 거래 비중이 월세 거래량 증가폭을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1·3 부동산 대책’과 ‘11·24 가계부채 대책’ 등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데다 앞으로 2년간 76만여 가구의 입주 물량이 예정된 상황이어서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얘기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총 38만 2741가구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입주 물량(28만 8658가구)과 비교하면 32.6%, 종전 최대치인 2008년 물량(32만 336가구)보다 19.4% 늘었다. 2018년에는 이 보다 더 많은 39만 456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집값 하락으로 월세 전환 다시 늘 듯”
실제로 수도권 신도시 일대 신규 입주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은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1월 입주하는 화성 동탄2신도시 ‘사랑으로 부영’ 전용 84㎡형 전셋값은 한 달 새 2000만원이나 내렸고 많게는 시세(2억 9000만~3억원)의 반값인 1억 5000만원짜리 전세 물건도 나오고 있다. 동탄2신도시 S공인 관계자는 “투자 목적으로 융자를 많이 낀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전셋값을 계속 내리고 있지만 전세금 반환 위험이 적은 물건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이참에 전세 대신 주변보다 5~10만원 낮은 가격에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 본부장은 “잇따른 규제책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갭투자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도 크게 늘어 전셋값이 떨어지면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임차인(세입자) 입장에서도 주택시장 침체로 전세보증금을 떼일 것을 우려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최근 임대차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월세 비중 감소세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향후 임대시장에 진입하는 세대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임대차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되는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