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코리아]중국의 조선업 공습, 스마트선박으로 맞대응…블록생산 외주화, 중소 조선사와 상생

최선 기자I 2016.10.11 06:00:00

조선업, 위기 속에서 기회 찾아라

[이데일리 최선 기자]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던 중후장대 산업이 모두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중 구조조정의 첫 신호탄을 쏜 것은 조선업계다. 조선업계는 지속되는 수주가뭄을 돌파하기 위해 인력규모 감축, 비핵심자산 매각 등 선제적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올해를 불과 석 달 남긴 현재 업계는 수주목표의 10%대만 달성한 상태다.

하지만 벌써부터 생산량을 줄이는 등 공급과잉을 줄여가야 한다는 평이한 구조조정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업계는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조선업종 구조조정 방안 및 선진화 방안 도출을 위탁해 맡긴 상태다. 정부도 이달 중 이 내용을 인용해 업계와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위기를 단기적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육성-가격경쟁력-쇠퇴..韓조선 남은 건 쇠퇴수순?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구조조정 방향을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조선산업의 경쟁패러다임은 ‘정부의 육성-가격경쟁력 우위 확보-쇠퇴’의 수순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현재 중국 조선업계에 가격경쟁력면에서 뒤지면서 수주가뭄이 악화된 상태다. 패권을 쥐던 한국 조선이 이대로 멈춰서면 결국 쇠퇴의 길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940년대 조선업계의 패권을 쥐던 영국은 리벳건조공법, 가격경쟁력 우위 카드를 쥐고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1950년대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가진 서유럽 국가들이 그 자리를 꿰찼고, 영국은 비가격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려 노력했으나 1960~1980년대 조선소 폐쇄 및 국유화 수순을 겪었다.

더욱이 일본은 1950년대 정부의 육성을 발판으로 용접에 의한 블록공법 방식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정부의 지원 탓에 1960~1980년대에는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며 패권을 쥐었다. 이런 일본의 독주에 태클을 건 것이 한국 조선업계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정부의 육성정책에 따라 규모를 키웠으며 싼 뱃값으로 1990~2000년대 시장을 주름잡았다. 이런 패권의 바통을 중국이 넘겨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유조선. 현대중공업 제공.


◇패권 유지할 와일드카드‥4차 산업혁명에 유리한 한국

결국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산업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호황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정보통신(IT), 위치제어, 무인항해, 친환경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선박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아이템으로 꼽힌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스마트팩토리를 적용은 우리 조선업계가 시도할 수 있는 카드다.

다만 조선업계는 호황기 동안 치열한 수주전에 매몰돼 연구개발은 다소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공법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다. 마진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기술연구, 용접기술연구, 기계자동화연구 등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선진화가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업계는 수주가뭄 장기화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기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0.5%~1.2%에 불과하다. 그나마 1.2%의 R&D 비중을 유지한 삼성중공업은 10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리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2%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고, 이중 제조업 분야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3% 중반대를 기록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 불과한 비율이다.

한 조선업 전문가는 “R&D 비중 축소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선업의 강점은 중국, 일본 대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바람은 효율성 극대화로 인건비가 비싼 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재무적 잣대에 의해 조선업계가 위축되는 현상만 막아내면 오히려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새로운 시도 중..위축 않는 과감한 도전 필요

그나마 업계가 자생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 조선업계가 보유한 장점인 선박 설계-건조 기술 등을 극대화하고 해양플랜트 설계 등 다소 미흡한 점은 선진 업체와의 컨소시엄이나 사업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선택과 집중’ 방안에 대해서도 학계·업계는 고민 중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은 대형 블록 제작 일부를 성동조선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성동조선이 블록을 생산하면 삼성중공업이 이를 조립해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이다. 성동조선은 부족한 일감을 삼성중공업의 수주 물량으로 해결하고 삼성중공업은 기술력을 활용한 선박 완성에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중소정보통신기술 기업들과 스마트십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다.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2019년 스마트십에 적용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간 공조로 선박의 부가가치를 높여 차별화된 선박을 내놓겠다는 것.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어려울 때 일수록 확보한 기술을 통해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며 “일반적인 구조조정 논리로 인력감축, 생산량 감소에만 골몰하다보면 향후 호황기가 도래했을 경우 중국에 패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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