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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신탕 논란, 사회적 공론에 부쳐보자

논설 위원I 2016.08.11 06:00:00
말복을 앞두고 ‘개고기 식용’ 논란이 뜨겁다. 엉뚱하게도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기보배 선수가 중심에 선 모양새가 됐다. 기 선수가 과거 보신탕을 먹은 사실을 두고 배우 최여진 씨의 어머니 정모 씨가 인스타그램에 ‘대가리에 똥 찬 X’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은 것이 발단이다. 파문이 커지자 정 씨는 글을 삭제하고 공개 사과했지만 이를 계기로 “개고기를 먹는 게 과연 잘못이냐”는 원초적 논쟁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개고기 식용 문제는 오랫동안 찬반이 맞서 온 해묵은 주제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반려견 1000만 마리 시대에 동물복지 차원에서라도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개고기 식용을 ‘미개인’이나 ‘야만’으로 취급하는 국제사회의 부정적 기류도 가세하고 있다. 이탈리아 여성 의원의 ‘2018년 평창올림픽 보이콧’ 주장이나 영국 의회의 ‘한국 개고기 거래금지 촉구’ 청원에 10만명 이상이 서명한 사실이 그것이다. 개고기 식용금지를 법제화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 보신탕이 조상 때부터 즐겨온 ‘전통 음식’인데다 소나 돼지고기는 먹으면서 개고기만 금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제사회의 지탄 역시 문화 차이를 들어 남의 나라 음식문화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선다. ‘식용견’과 ‘반려견’은 차이가 있는데다 보신탕 산업에 100만명 이상이 종사하는 현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위생적인 관리를 위해 소, 돼지처럼 개 도살과 유통판매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개고기는 합법도 불법도 아니다. 개가 가축의 도살 및 식육의 유통 등을 정하고 있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가축’으로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 식용을 합법화하면 동물보호단체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지탄이 클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반대로 법으로 금지하면 밀도살 행위가 성하고 종사자들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합법도 불법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개고기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공론에 부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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