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주도권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수뇌부까지 팔을 걷고 나서서 “내가 잘났고 너는 못났다”며 서로 비난하는 전면전에 돌입했다. 총선이 코앞에 닥친 만큼 주도권을 잡느냐, 못 잡느냐는 정당의 존립기반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나아가 내년 대선까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양당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나 무엇을 놓고 싸우느냐가 문제다.
수권정당이라면 모름지기 국민에게 닥친 위기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해 삶의 질을 높일 정책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마땅하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도전이라면 중국의 성장 둔화와 저유가 사태로 인한 국제경제 불안과 내수 부진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그밖에도 노동개혁과 보육대란, 북한 수폭실험,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국제테러 위협 등 시각을 다투는 현안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역사인식이나 정치경력 같은 과거사에 함몰돼 있는 양상이다.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국민통합’을 내세워 ‘이승만 국부론’을 펼치자 김종인 더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이 전 대통령은 3선 개헌으로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했다”고 비판한 게 다툼의 발단이다. 한 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국보위 전력을 꼬투리 삼아 역공에 나섰고, 여기에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와 국민의당을 주도하는 안철수 의원 등이 가세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이다.
이 엄중한 국면에 한가하게 과거사로 다투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남의 허물 꼬집기에 급급한 나머지 자신의 과거 행적마저 부인하는 자기모순은 더욱 가관이다. 정작 본인도 지난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며 ‘국민통합’을 강조해 놓고 한 위원장을 비판한 문 대표가 그런 예다. 당내외 비판이 들끓자 곧바로 꼬리를 내린 한 위원장이나 논쟁의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이면서 역대 대통령 평가 요구를 거부한 김 위원장도 떳떳하지 못하긴 매한가지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누워 침 뱉기 식의 과거사 논쟁이 아니라 정책대결로 표심을 얻는 게 야권 주도권을 잡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너나없이 국난 극복에 앞장서는 것만이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추상같은 심판을 면하는 유일한 길이란 얘기다.